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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영웅' 포스터

 

 

1. 뮤지컬 영화 '영웅', 아쉬웠던 믹싱

영화 <영웅>은 안중근 의사가 단지동맹을 맺은 뒤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하고 사형 집행에 처하는 그분의 일생 마지막 1년에 픽션을 섞고 뮤지컬 장르와 결합한 영화로, 노래와 평대사가 배합 된 뮤지컬 영화 형태를 취하고 있습니다. 한국 영화에서 보기 드문 뮤지컬 영화입니다.
 그런데 우선 음향 처리가 조금 아쉬웠습니다. 평대사 음향에 크게 거슬리는 부분은 없었지만 노래, 그러니까 '넘버'에서 보컬이 음악에 묻히는 듯한 양상이 반복적으로 나왔습니다. 인터뷰를 찾아보니 노래를 후시녹음으로 하지 않고 라이브 녹음으로 했다고 하던데, 그렇다면 편집실에서 보컬과 음악을 믹싱하는 과정에서 문제가 생긴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또한 첫 단지동맹 장면에서 정성화 배우의 정면으로 카메라가 들어가는데 여기서 입모양이 맞지 않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라이브 녹음을 했다고 하니 이 역시 믹싱 과정의 문제인가 싶습니다.
 음악은 서사보다 인과적인 특징이 덜한 대신 순간적인 감정을 확 끌어올리는 특징이 있습니다. 뮤지컬 장르는 감정을 응축시키고 노래가 그 핵심 역할을 한다고 봅니다. 그래서 이 가사가 음악에 묻히는 것은, 뮤지컬 장르에서 조금 큰 문제라고 보입니다. 특히나 본작의 넘버가 대부분 배우 연기에 의존했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아쉬움이 조금 더 크게 다가옵니다.


2. '영웅' 영화의 클로즈업 연출과 무대

 넘버 장면에서 클로즈업 구도가 꽤 많습니다. 감독님의 인터뷰에서 알 수 있듯 뮤지컬 무대에서는 멀어서 잘 보이지 않던 배우의 얼굴을, 영화의 특징을 살려 일종의 쇼잉을 한 것으로 보입니다. 먼저 사소한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자면, 입모양이 안맞는 문제가 클로즈업 구도에서 더 잘 보인다는 것입니다. 두번째는 자연스레 배경의 활용이 낮아진다는 점입니다. 뮤지컬에서 무대 미술의 표현주의처럼 뮤지컬 영화에서는 배경을 통해 풍부한 감상을 전달하기도 하는데, 본작은 잦은 클로즈업 구도 때문에 자연스레 미장센 활용이 낮아지고 그래서 배우들의 좋은 연기에도 불구하고 시퀀스마다 약간의 아쉬움이 있습니다.
 그리고 배경이 아예 안쓰인 것은 아니지만, 배경이 쓰인 장면에서 CG가 조금 어색한 부분들이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 벌판, 기차 장면은 상당히 CG가 어색했는데 아이러니 하게도 감정을 해칠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왜냐하면 영화에 큰 자충수가 있는데 쓸데없는 개그 장면들이 이미 전반적인 감정선을 다 해쳤기 때문입니다.


3. '영웅'과 관련없는 개그욕심에 대한 아쉬움(스포포함)

 위와 관련해서 세번째 포인트인 개그 욕심을 얘기해보겠습니다. 우선 영화속 인물 구성을 봤을 때 안중근은 조국에 대한 막중한 임무와 그로인한 고뇌를 지닌 캐릭터이고, 이토 히로부미는 넘버에서 나오듯 제국주의적 야망에 휩싸인 놈, 그리고 독립투사 우덕순/조도선/유동하가 나오는데 각자의 인물을 살리기 보다는 독립투사 일행으로 그들은 함께 그룹 지어지는 행적으로 그려집니다.

 영화 초중반 하얼빈에서 그들이 투닥거리는 모습이 주로 묘사되는 장면을 통해서 이 영화 전체의 감정선의 디자인을 정리해보면 독립투쟁 최전방에 선 주인공 안중근 역시 가족이 있고 속으로는 당연히 평화로운 일상을 바랄 것이라는, 그러니까 '영웅'의 인간적인 면모를 이 조연 일행을 통해서 보여주려고 한 것 같습니다. 가상의 인물인 마두식, 마진주도 그런 역할인 것 같습니다. 문제는 이 의도가 조금 꼬였는지 일행 캐릭터들을 통해서 영화가 자꾸 개그 욕심을 과하게 부린다는 겁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엄숙한 분위기가 지배적인데 그에 어울리지도 않고 완급조절 기능도 하지 않는 그런 단편적인 개그들이 이 작품성을 대폭 깎아먹습니다. 보면서는 어디에 장단을 맞춰야 하나 혼란스럽기도 했습니다. 중간중간 튀어나오는 개그 때문에 전체적인 감정선이 무너졌습니다.
 영화 초반 안중근이 전투에서 승리하고 만국공법에 의거하여 동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일본군 포로를 살려주는데, 그 포로가 주둔지를 발설해 안중근이 거의 죽을 위기에 처합니다. 이게 후반부 누가 죄인인가 넘버와 연결되며 중요한 장면으로 캐치를 할 수 있지만, 그 감정선을 오래 이끌지 않고 장면 앞뒤로 일행들끼리 외모 개그같은 것을 구사하는 장면을 배치해서 흐름이 뚝뚝 끊기게 만듭니다. 또한 마두식이 잡혀서 고문을 당하다 죽고 장례식까지 하는데 이어서 일행들이 사격 연습을 하다가 총구를 잘못 겨누는 개그 장면이 구사된 구간에 감정선이 크게 끊겼습니다. 초반부 아무곳에 배치해도 상관없을 그 장면이, 왜 동료의 죽음 직후에 배치가 됐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마두식의 죽음에선 넘버가 있었고 일행 모두 마두식 장례식에 참석해 슬퍼하기까지 했는데 말입니다. 총구 장면에서는 이 영화가 아예 완급조절을 잘못하고 있구나 하는 느낌이었습니다.
 그렇게 법정장면 이전까지 시종일관 JK식 개그가 나오며 완급조절이 되지도 않고 개그를 구사하느라 조연들에게 따로 서사를 부여할 여유도 없었습니다. 입체적으로 그려지지 않은 캐릭터들의 죽음에서 넘버가 클로즈업 위주로 구성되어 이입이 되지 않기도 했습니다. 마진주의 죽음은 없어도 무방했을 장면이었던 것 같습니다.
 제목처럼 안중근 의사의 영웅적인 면모에 집중해서 개그를 덜어내고 다른 조연들은 앙상블 위주로 구성을 했다면 조금 더 취지에 맞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도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거리에서의 앙상블 넘버의 좋은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던 입장에서 더 아쉬웠습니다. 이와 관련해 설희도 조금 애매한 캐릭터 였는데, 역사적으로 안중근 의사가 이토 히로부미를 처단한 열다섯 가지 죄목 중 하나로 민비의 시해를 들었기 때문에 영화에 민비가 나오는 것은 충분히 개연적이지만 시해 당시 후궁이었던 설희가 일본에 건너가 스파이를 한다는 설정에 비약이 느껴졌습니다. 설희의 분량은 많았으나 이렇다할 서사도 없어서, 안중근에게 집중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4. 영화 '영웅' 후기

 캐릭터들이 퇴장하고 비로소 안중근에게 조명된 법정 장면부터는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조마리아 여사와 주고받는 넘버에서는 모자의 애틋한 감정과 조국에 대한 헌신, 그리고 고뇌가 겹쳐져 더 애절하게 그려졌습니다.
 무리한 개그욕심으로 감정선을 깨뜨리지 않고,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에 집중했다면 더욱 더 좋은 작품이었을 것 같은데 아쉬움이 많이 남았던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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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모가디슈' 포스터

 

 

1. 영화 <모가디슈>가 전하는 메세지

 영화 <모가디슈>는 1991년 소말리아 내전을 배경으로 수도 모가디슈에서 탈출하는 한국 외교관 직원들의 이야기입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내용으로 시대적 배경이나 사건 자체는 사실을 기반으로 제작되었습니다. 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하더라도 사건을 선택하고 보여주는 것 자체로도 감독의 의견은 언제나 녹아들 수 있습니다.

 이 작품은 실제 사건에서 느껴지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은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바로 '인류애'입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쉽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인데, 영화의 주제를 정리해 보자면 '비극속 모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인류애를 발휘해 탈출해야한다.'라고 할수있습니다.

 

 

2. 갈등의 장소 <모가디슈>

 소말리아의 수도인 모가디슈는 영화속에서 갈등의 장소로 비춰지고 있습니다. 독재 정권의 정부군과 반정부군 USC가 내전을 벌이고, 그 안에서는 내전으로 분단 된 남한과 북한의 외교관들이 치열하게 외교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대한민국 대사관 안에서도 외교부 직원들과 안기부 직원인 강대진 사이의 갈등이 보이며, 기독교인 한신성 대사관의 아내와 불교인 직원 사이의 작은 갈등까지 영화속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속성으로 벽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본격적으로 내전이 발발하자 모가디슈는 갈등을 넘어서는 비극의 장소로 변합니다. 

 

 

3. 영화 <모가디슈> 등장인물(스포포함)

 강대진과 태준기는 남, 북의 정보기관 요원들입니다. 휴전중인 두 국가에서 이 두사람은 전방에서 싸우는 군인과 같습니다. 가장 혈기왕성한 두 인물은 영화 초반부터 부딪히는 모습을 보입니다. 결국 남한 대사관 안에서 강대진이 전향 문서를 위조하다가 두사람이 몸싸움까지 하게 되는데 이 장면은 두 집단의 갈등과 긴장이 '군인'으로 표현되는 두 사람의 물리적인 충돌로 발전했다고 보입니다.

 두 인물의 가장 큰 차이점은 강대진은 생존하고 태준기는 죽는다는 점입니다. 태준기는 북한 대사관에 침입한 반군 강도들에게서 직원들을 지키려다 무자비한 폭행을 당하게 됩니다. 국가와 국민을 지키기 위해서 위험을 무릅쓰는 군인의 모습입니다. 남한 대사관에서도 가장 날카로운 태세로 강대진의 행동을 감시합니다. 강대진 역시 마찬가지로 대사관을 지킬 병력을 얻어내기 위해 경찰의 총 앞에 나서며 위험에 자신을 내던져 일행을 지켜냅니다.

 영화의 막바지에 이르러서 태준기가 임무를 다 하고 죽은 것과 이를 발견한 강대진의 모습은 갈등과 대립의 비극 속에서 젊은이들이 어떻게 희생되는지를 직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동시에 반대편에 선 같은 입장의 강대진의 심경 변화를 통해 관객들을 이 비극에 몰입시킵니다.

 

 한신성은 대한민국의 외교대사로 대한민국의 UN 가입을 위해 소말리아의 지지를 받으려고 노력하는 인물입니다. 흔히 국제관계는 냉혹한 외교정치라고 합니다. 그만큼 모두가 철저히 국익을 위해서 행동하고 실리적인 결과를 따라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한신성이라는 캐릭터는 보여지는것, 결과물에 치중합니다. 보도자료로 내보낼 사진을 찍을 현수막을 기다리며 "가장 중요한것" 이라고 말하는 첫 장면에서 이 성격이 잘 드러납니다.

 지원 사업의 내역이나 효과보다 UN 가입과 그것을 위한 외교를 이렇게 잘 하고 있다는 보도가 중요한 것이라는 뜻입니다. 그가 가진 외교관이라는 직책은 국익을 위한 외교의 최전선입니다. 그만큼 한신성은 국가적 정체성과 실리적인 국익, 자신의 실적을 위해 움직이는 인물입니다. 그러나 영화의 시간이 흐름에 따라 국가나 직업, 사상들에서 멀어지고 한신성이라는 사람의 본질에 가까워져 갑니다.

 

 북한의 외교대사는 림용수는 한신성보다 노련한 수완으로 남한측의 외교를 번번이 훼방놓습니다. 초반에는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보여주지만 혼자서 일행을 이끌어 가던 중 자신만의 힘으로는 위기를 헤쳐나가지 못하고 한신성 대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점차 인간미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북한의 수장을 상징하는 인물로서 한신성에게 연설이 아니라 대화를 하라는 핀잔을 듣거나 마지막 총격 장면에 차에서 내리지 않는 림용수에게 한대사가 나오라고 구박하는듯이 말하는 장면들은 감독이 남북 관계에서 북한의 태도를 비유해 꼬집은 장면입니다.

 

 

 

4. '인류애'를 느낄 수 있는 재밌는 장치(스포포함)

 내전이 본격화되자 본국과의 통신이 끊기게 되고, 정부의 지시를 받기는 커녕 현재 상황을 알리지도 못하게 됩니다. 상황이 심각해지자 외교관의 지위도 보장받지 못하고 경찰들은 달러 없이는 보호도 해주지 않습니다. 인물들은 점차적으로 생존이라는 본질에 무게를 두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생존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이익이나 사상을 넘어서 연대하는 '인류애' 입니다.

 북한대사 일행이 남한 대사관을 찾았을 때 고민에 빠진 한신성에게 강대진은 전향 실적을 낼 수 있다며 설득합니다. 결국 한차례의 총격전이 지나간 뒤 그들을 받아들이는 한 대사는 "애들 밥은 먹였소?" 라는 질문을 합니다. '어린이'는 많은 가치관을 넘어서는 인류애의 기본입니다. 밥을 먹었냐는 안부 역시 한국 사람들 특유의 인사로 같은 민족의 동질감을 느끼게 해 벽을 허무는 장치 같았습니다.

 동질감을 느끼게 하는 장치로 가장 눈에 띄는것은 깻잎 입니다. 한국 사람들만 먹는 음식이며, 먹을 때는 한장만 떼기 불편하고 함께 밥먹는 사람이 잡아주는 문화를 가진 깻잎장아찌처럼 같은 민족끼리만 공유할 수 있는 문화를 통해 두 집단의 연결성을 잘 표현했습니다. 

 

 

5. 비극적 갈등의 시대, '인류애'를 가지자!

 이탈리아 대사관 앞에 도착한 이들은 반군과 정부군의 총격 사이에 놓이게 됩니다. 간신히 이탈리아 대사관에 의해 총격이 멈추고 한신성 대사는 이탈리아측에 우리는 한국사람이니 쏘지 말라며 소리칩니다. 남북의 사람들이 하나로 모여서 남북 관계없이 코리아를 외치는 대사는 굉장히 의도적입니다.

 목숨을 위협받는 전란 속에서 외적인 속성을 모두 걷어내고 인류애와 동질감으로 뭉친 이들은 결국 모가디슈, 즉 갈등의 공간을 탈출하게 됩니다. 현대에 사는 우리는 다양한 집단이 수많은 이유로 서로를 혐오하고 대립합니다. 이 비극적인 갈등의 시대에서 우리가 탈출하기 위해 필요한 것인 '인류애'를 말하는 영화 <모가디슈>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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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 포스터

 


1. 음악과 함께 시작되는 꿈같은 오프닝

하늘을 비추고 있던 카메라가 땅으로 내려오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현실의 공간인 땅에 발붙힌 채로 하늘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알맞은 첫 장면입니다. 그 때문인지 영화가 처음으로 비췄던 ‘현실’의 장면은, 꽉 막힌 도로위의 모습입니다. 마치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이 앞으로 나갈 길이 막혀있는 주인공들의 일상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렇게 답답한 일상의 순간들을 그리다가 그 위에 음악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러자 교통 체증과도 같았던 지루한 일상의 순간은 꿈만같은 비현실적 순간으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오프닝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 영화의 법칙을 설명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바로 영화에서 음악이 나오는 순간만큼은 답답한 현실을 넘어서, 꿈의 시간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법칙입니다.


2. 영화 <라라랜드>의 진짜 메세지

음악이 나오는 순간만큼은 답답한 현실을 넘어서, 꿈의 시간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이 법칙은 하나의 역설을 갖게 됩니다. 바로 음악과 함께 꿈이 시작되는 것이라면, 그 꿈은 그리 길지 않은 이 음악이 흐를 때에만 지속되다가, 언젠가는 결국 끝날 수 밖에 없을거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의 이러한 역설은 마지막까지 유지됩니다. 미아와 셉의 꿈만 같은 마지막 춤사위가 음악과 함께 끝나버리고 나면, 두 주인공들이 모두 현실로 돌아오며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꿈의 공간인 라라랜드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그 누구도 라라랜드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완전한 반대의 이야기를 그 안에 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즉 꿈이란 것은 음악이 흐르는 그 몇 분 동안만 잠시 허락되는 것일 뿐, 그것을 영원히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는 꿈의 상실을 가장 꿈같은 장면을 통해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너무나 잔인한 이야기인데도, 우리가 <라라랜드>에 강렬한 끌림을 느끼고 있는 것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상실감을 이 영화가 너무나 정확히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로맨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오직 로맨스만을 위해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불태우고는 합니다. 그들에겐 현실의 고단함 같은 것이 없다는 듯, 오직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을 모두 쏟아붓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라라랜드>의 시간은, 철저하게 지금 시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사랑에 쏟을 시간이 부족해지고, 반대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꿈에 쏟을 시간이 부족해지는, 영화는 그러한 우리 시대 상실의 딜레마를 현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잔인한 현실을 담아내는 동시에, 우리의 현실을 그 어떤 영화보다도 아름답게 그려내주고 있기도 합니다. 비록 음악이 흐르는 찰나의 순간에만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영화는 언젠간 우리의 현실도 저렇게 아름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로를 건내줍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영화에 끌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꿈과 사랑의 양립불가능성을 말하며,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언젠가 마법처럼 그 모든 것들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랄는 아름다운 환상을 우리들에게 선물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짧았던 음악이 끝나고 나면, 환상속에서 춤췄던 모든 인물들이 현실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들도 이 환상적인 영화가 끝나고 나면 다시 현실을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환상을 경험했던 기억만큼은 우리들에게 계속 남아, 조금은 잔인한 현실을 계속 살아가게 해줄 힘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영화는 현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관도, 꿈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관도 아닐 것입니다. 계속 꿈속에서만 살아갈 수도, 계속 현실 속에서만 살아갈 수도 없는 우리들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양쪽 모두를 꿈꿔볼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음악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하지만, 우리는 음악이 다시 시작될 그 순간을 꿈꾸며 계속 살아갈 수 있을것입니다. 언덕에서 올려다본 현실의 풍경이 별로라고 불평을 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그 현실의 풍경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미아와 세바스찬 처럼 말입니다.

3. 뛰어난 색감이 매력적인 영화 <라라랜드>

원래 형형색색의 색감은 뮤지컬 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그리고 춤과 노래로 대표되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이를 더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색감 작업이 중요합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이를 더 극대화 하기 위해서 테크니컬러를 사용했습니다. 테크니컬러는 30년대 후반에서 50년대에 주로 사용되다가 요즘에는 디지털 촬영이나 색보정 기술이 있어서 거의 쓰이지를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면, 감독이 테크니컬러를 고집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붉게 노을진 바다나 LA의 야경, 빛나는 바다 등의 장면에서 더욱 풍성한 색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의상에서 까지 잘 보여집니다. 친구들과 파티장을 가는 장면에서,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그리고 녹색의 강렬한 원색 계열의 의상에 배경은 검은색으로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의상이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진 화려한 색채의 의상이 많이 나옵니다. 이렇게 의상부터 시작하여 4~50년대 전통적인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를 현대에 잘 어울리게 재창조한 영화입니다.
핀조명과 헤어스타일, 배경같은 요소들이 하나하나 모인 덕분에 옛 할리우드 영화의 풍미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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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위치' 포스터


1. 영화 '스위치' 등장인물

영화 '스위치'는 의리는 있지만 싸가지는 없는 천만배우이자 실시간 검색어 1위 스캔들 메이커 '박강'(권상우)이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그의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 '조윤'(오정세)과 180도 바뀐 삶을 살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안하무인 톱스타 역할을 권상우 배우가 맡았고, 착하디 착한 매니저 역할은 오정세 배우가 분했습니다. 그리고 이민정 배우는 박강의 옛 연인이자 바뀐 인생에서 아내 수현 역으로 출현했습니다. 딱 보면 알겠지만 일단 캐스팅이 화려합니다. 그리고 세 배우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캐스팅 조합도 참신합니다. 특히 권상우 배우와 이민정 배우는 모두 유명 스타를 배우자로 두고 계시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부부로 등장하는 자체가 굉장히 신선하고 파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2. 익숙하고 뻔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재

사실 이 영화는 굉장히 뻔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자기밖에 모르고 "돈보다 중요한게 뭐가 있냐" 이렇게 생각하는 주인공 박강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떤 택시에 탑승했다가 다음 날 삶이 180도 뒤바뀌는 설정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어떤 특정 사건으로 인해서 역할이나 몸이 바뀌는 건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숱하게 봐왔던 설정이라서 솔직히 익숙하고 진부하기까지 한데, 이 진부한 영화적 장치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극중 박강이 새롭게 맞이하는 삶은 그가 '가지 않은 길' 입니다. 박강이 10년 전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수현에게 이별을 통보하며 그날로 끊겨버린 그 인생길이 그의 앞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주어졌습니다. 우리도 살면서 가끔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혹은 과거의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 머릿속으로나마 후회와 미련으로 뒤덮인 그 미지의 세계를 그려볼 때가 있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런 관객의 환상을 대신해주는 겁니다. 역할 체인지란 뻔하디 뻔한 장치가 관객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가지 않은 길' 이란 공감도 높은 소재를 잘 녹여낸 덕분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주인공 박강처럼 인생의 결정적 터닝포인트를 지나 온 분들이 그때로 돌아가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면서 감상한다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3. 권상우의 코미디 연기를 좋아하시나요?

'YES' 라고 즉답이 나온다면 이 영화를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권상우가 권상우 했다' 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권상우 배우의 매력과 연기력이 빛을 발합니다. 유부남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웃기면서도 짠한 그의 생활연기는 정말 물이 올랐고, 여기에 액션/멜로/가족/드라마 등 장르가 변주될 때마다 그에 맞는 반전 매력을 선보여서 정말 '장르 소환력 만렙배우'다운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더군다나 극중 박강이 새로운 삶 속에서 '서프라이즈' 재연배우로 활동하기 때문에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권상우 배우의 이색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만의 장점입니다. 이 영화는 권상우 배우의 원톱 주연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그의 비중이 커서 그가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도 권상우 배우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습니다.
억지 감동이나 억지 웃음을 지양하기 위하여, 마대윤 감독이 최대한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연출한 영화 '스위치' 이기에, 권상의 배우의 연기도 이런 감독의 의도에 따라 그 수위와 톤이 적절히 조절됐습니다. 영화를 보면 딱봐도 더 웃길 수 있었던 장면에서 권상우 배우가 한 템포 참고 있는게 느껴지고, 그 인내 덕분에 후반부 슬픈 장면의 연기가 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4. 영화 <패밀리맨>과의 유사성

'스위치'는 공감도 높은 소재를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나름 잘 풀어낸 작품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크리스마스 대표 가족영화로 꼽히는 <패밀리맨>과의 유사성입니다.
영화를 만든 마대윤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패밀리맨과의 이야기적 유사성은 어느정도 인정했습니다. 일단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주인공의 삶이 바뀐다는 설정부터 닮아있고, 그 터닝포인트의 계기가 주인공이 과거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하면서 홀로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문득 삶의 공허감을 느끼는 시기라는것도 유사합니다. 새롭게 바뀐 삶에서 주인공이 과거 헤어졌던 연인과 부부가 되어 자녀를, 그것도 아들하나 딸 하나 이렇게 똑같이 낳아서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설정도 같고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바뀐 그 인생이 주인공의 환상이었는지 꿈이었는지 불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이뿐 아니라 자잘한 에피소드에서도 유사한 지점이 발견됩니다. 두 영화의 주인공 모두 바뀐 인생에서 다시 조금씩 성공의 맛을 보게 되자 대도시의 으리으리한 집을 구경시켜주며 이사를 가자고 아내에게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때 아내가 격렬하게 반대는 내용까지 똑같습니다.
이렇게 두 영화의 유사한 점이 많이서 <스위치>는 사실 개봉 전부터 '<패밀리맨>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 라는 지적까지 받기도 했습니다.

5. 영화 '스위치' 후기

영화의 목적과 감독의 의도대로 재미있게 감상했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웃음을 위해 코미디를 과장되게 연출하거나 반대로 감동을 쥐어짜는 그런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웃음의 크기는 소소할지언정 자연스럽고 꾸준했고, 감동 역시 어떤 특정 지점에서 쿵 하고 다가오는게 아니라 공감을 바탕으로 천천히 스며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기분좋은 미소를 잃지 않았고, 또 중간중간 공감되는 지점에서는 울컥하거나 눈물을 또르르 흘리면서 봤습니다.
가끔씩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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