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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스위치' 포스터


1. 영화 '스위치' 등장인물

영화 '스위치'는 의리는 있지만 싸가지는 없는 천만배우이자 실시간 검색어 1위 스캔들 메이커 '박강'(권상우)이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그의 오랜 친구이자 매니저 '조윤'(오정세)과 180도 바뀐 삶을 살게 되면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그립니다.
안하무인 톱스타 역할을 권상우 배우가 맡았고, 착하디 착한 매니저 역할은 오정세 배우가 분했습니다. 그리고 이민정 배우는 박강의 옛 연인이자 바뀐 인생에서 아내 수현 역으로 출현했습니다. 딱 보면 알겠지만 일단 캐스팅이 화려합니다. 그리고 세 배우가 이 작품을 통해 처음 호흡을 맞췄기 때문에 캐스팅 조합도 참신합니다. 특히 권상우 배우와 이민정 배우는 모두 유명 스타를 배우자로 두고 계시기 때문에, 이 작품에서 부부로 등장하는 자체가 굉장히 신선하고 파격적으로 느껴졌습니다.

2. 익숙하고 뻔하지만 공감할 수밖에 없는 소재

사실 이 영화는 굉장히 뻔하고 예측 가능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습니다. 자기밖에 모르고 "돈보다 중요한게 뭐가 있냐" 이렇게 생각하는 주인공 박강이 크리스마스 이브에 어떤 택시에 탑승했다가 다음 날 삶이 180도 뒤바뀌는 설정으로 영화가 시작됩니다. 이렇게 어떤 특정 사건으로 인해서 역할이나 몸이 바뀌는 건 그동안 많은 영화에서 숱하게 봐왔던 설정이라서 솔직히 익숙하고 진부하기까지 한데, 이 진부한 영화적 장치가 우리의 삶과 맞닿아 있었습니다.
극중 박강이 새롭게 맞이하는 삶은 그가 '가지 않은 길' 입니다. 박강이 10년 전 배우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수현에게 이별을 통보하며 그날로 끊겨버린 그 인생길이 그의 앞에 크리스마스 선물처럼 주어졌습니다. 우리도 살면서 가끔 현재의 삶이 만족스럽지 않거나, 혹은 과거의 누군가가 사무치게 그리울 때 머릿속으로나마 후회와 미련으로 뒤덮인 그 미지의 세계를 그려볼 때가 있는데 이 영화가 바로 그런 관객의 환상을 대신해주는 겁니다. 역할 체인지란 뻔하디 뻔한 장치가 관객의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가지 않은 길' 이란 공감도 높은 소재를 잘 녹여낸 덕분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주인공 박강처럼 인생의 결정적 터닝포인트를 지나 온 분들이 그때로 돌아가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면서 감상한다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3. 권상우의 코미디 연기를 좋아하시나요?

'YES' 라고 즉답이 나온다면 이 영화를 충분히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야말로 '권상우가 권상우 했다' 라는 표현이 딱 어울릴 만큼 권상우 배우의 매력과 연기력이 빛을 발합니다. 유부남이라면 공감할 수 밖에 없는 웃기면서도 짠한 그의 생활연기는 정말 물이 올랐고, 여기에 액션/멜로/가족/드라마 등 장르가 변주될 때마다 그에 맞는 반전 매력을 선보여서 정말 '장르 소환력 만렙배우'다운 연기를 보여줬습니다.
더군다나 극중 박강이 새로운 삶 속에서 '서프라이즈' 재연배우로 활동하기 때문에 다른 작품에서 보기 힘든 권상우 배우의 이색 연기를 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영화만의 장점입니다. 이 영화는 권상우 배우의 원톱 주연작이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그의 비중이 커서 그가 어떻게 캐릭터를 만들고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도 있는데, 이런 관점에서도 권상우 배우의 연기가 정말 훌륭했습니다.
억지 감동이나 억지 웃음을 지양하기 위하여, 마대윤 감독이 최대한 담백하고 자연스럽게 연출한 영화 '스위치' 이기에, 권상의 배우의 연기도 이런 감독의 의도에 따라 그 수위와 톤이 적절히 조절됐습니다. 영화를 보면 딱봐도 더 웃길 수 있었던 장면에서 권상우 배우가 한 템포 참고 있는게 느껴지고, 그 인내 덕분에 후반부 슬픈 장면의 연기가 더 가슴에 와닿습니다.

4. 영화 <패밀리맨>과의 유사성

'스위치'는 공감도 높은 소재를 담백하고 자연스러운 연출과 배우들의 연기로 나름 잘 풀어낸 작품입니다. 그러나 한가지 아쉬운 점은 크리스마스 대표 가족영화로 꼽히는 <패밀리맨>과의 유사성입니다.
영화를 만든 마대윤 감독도 인터뷰를 통해 패밀리맨과의 이야기적 유사성은 어느정도 인정했습니다. 일단 크리스마스를 기점으로 주인공의 삶이 바뀐다는 설정부터 닮아있고, 그 터닝포인트의 계기가 주인공이 과거 사랑하는 연인과 이별하면서 홀로 성공가도를 달리다가 문득 삶의 공허감을 느끼는 시기라는것도 유사합니다. 새롭게 바뀐 삶에서 주인공이 과거 헤어졌던 연인과 부부가 되어 자녀를, 그것도 아들하나 딸 하나 이렇게 똑같이 낳아서 가정을 이루고 있다는 설정도 같고 크리스마스의 기적처럼 바뀐 그 인생이 주인공의 환상이었는지 꿈이었는지 불분명하게 마무리하는 것도 비슷합니다. 이뿐 아니라 자잘한 에피소드에서도 유사한 지점이 발견됩니다. 두 영화의 주인공 모두 바뀐 인생에서 다시 조금씩 성공의 맛을 보게 되자 대도시의 으리으리한 집을 구경시켜주며 이사를 가자고 아내에게 말하는 대목이 있는데, 이때 아내가 격렬하게 반대는 내용까지 똑같습니다.
이렇게 두 영화의 유사한 점이 많이서 <스위치>는 사실 개봉 전부터 '<패밀리맨>를 표절한 것이 아니냐?' 라는 지적까지 받기도 했습니다.

5. 영화 '스위치' 후기

영화의 목적과 감독의 의도대로 재미있게 감상했던 영화였습니다. 이 영화가 기본적으로 웃음을 위해 코미디를 과장되게 연출하거나 반대로 감동을 쥐어짜는 그런 작품이 아니기 때문에 웃음의 크기는 소소할지언정 자연스럽고 꾸준했고, 감동 역시 어떤 특정 지점에서 쿵 하고 다가오는게 아니라 공감을 바탕으로 천천히 스며들었습니다. 그래서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끝날 때까지 기분좋은 미소를 잃지 않았고, 또 중간중간 공감되는 지점에서는 울컥하거나 눈물을 또르르 흘리면서 봤습니다.
가끔씩 '가지 않은 길'을 떠올리는 어른들을 위한 동화 같은 영화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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