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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빌론' 포스터

 

 

 

1. 영화 <바빌론> 간단 정보

 영화 <바빌론>은 또다른 영화 <위플래시>,<라라랜드>,<퍼스트맨>으로 3연타 홈런을 친 데이미언 셔젤이 192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품고 연출한 영화입니다. '브래드 피트' , '마고 로비' , '토비 맥과이어' 등 캐스팅도 화려하기 이를데가 없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영화사적 과도기를 배경으로 그려낸 리드미컬한 서사는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2. 1900년대 후반 할리우드의 특징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제작한 최초의 영화인 <열차의 도착> 이후 30여년간 모든 영화는 무성 영화 였습니다. 말 그대로 소리가 없는 영화인데, 그림들이 조용히 움직이기만 한다는 뜻을 담아 'Voving Pictures' 라고 불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Movie' 라는 말로 변했습니다. 

 그러던 1927년, 워너브라더스에서 최초의 유성 영화인 <재즈 싱어>를 내놓게 됩니다. 워너브라더스에서 영화에 소리를 입히기 위해 고안한 비타폰 시스템을 처음으로 적용한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대박을 치며 유성 영화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배우들의 목소리와 대화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유성 영화를 'Talking Pictures' 이른바 토키 영화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영화 산업은 급속도로 체계화되기 시작합니다. 배우들은 완벽한 대사 암기와 정확한 발음을 요구 받았고 사운드 편집 기술도 발전하면서 관객의 시청각 모두를 사로잡는 엔터테인먼트로 발전했습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할리우드는 유성 영화 시스템을 전 세계 영화 산업에 전파합니다. 하지만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대사에 신경이 쏠리면 몸짓으로 메시지를 구현하는 무성 영화의 미학적 가치가 훼손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29살의 알프레드 히치콕이 연출한 1929년작 <블랙 메일>이 영국을 비롯해 유럽 등지에서 대성공을 거두자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도 유성 영화 방식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성 영화는 복합 예술의 단계로 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사와 음향, 음악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내밀한 심리 서술이 가능해졌고 단순 이미지에서 내러티브 즉 서사에 중점을 두는 연출 방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사실주의에 입각한 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했고 이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영화를 대중문화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다양해진 만큼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사업 운영 방식도 변하게 됩니다. 음반사, 배급사, 은행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거대한 제작 인프라를 구축한 뒤 스튜디오를 활용해 제작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이처럼 개선된 환경 덕분에 할리우드는 명실상부 최고의 영화산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30년대 미국 전역을 휩쓴 경제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영화는 사람들의 일상에 점점 녹아들었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입장료 5센트만 내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소형 영화간이 유행이었는데 5센트 동전을 만드는 재료인 니켈과, 악기의 종류 중 하나인 멜로디언을 합쳐 니켈로디언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산업혁명 시절 영국에서 각종 가십과 카툰을 연재했던 잡지 형태인 페니 드레드풀이 대중에게 보편화되면서 출판업의 성장을 촉진 시켰듯, 니켈로디언은 영화에 대한 대중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영화 산업 성장에 큰 이바지를 했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황금기에도 어두운 이면이 존재했습니다. 독점을 통해 비대해진 영화사의 힘은 곧 영화인들에게 거대한 제약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영화사들은 영화관에 A급 영화를 배급할 때 자사의 B급 영화들도 묶음으로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블록 부킹을 거듭하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자연스레 모든 영화를 구매할 여력이 없는 독립 영화관들은 경쟁에 밀려 무너지게 되고, 영화사들은 이 영화관들을 모조리 인수해 더욱 몸집을 키우게 됩니다.

 또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전속 계약 의무도 지우게 되면서 인력 독점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결국 30년대 할리우드는 제작사를 중심으로 모든 영화와 스타들이 제조되는 하나의 거대한 공장처럼 움직인 셈입니다. 그렇게 영화가 문화 주류로 떠오르면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영화배우들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배우들을 동경하며 새로운 스타가 되기 위해 영화계에 뛰어드는 젋은이들도 늘어났습니다.

 영화 <바빌론>은 바로 이 시기 그들의 도전기를 다루며 할리우드 산업의 명암을 조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호불호가 나뉘는 영화 <바빌론>

 영화 <바빌론>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하면 아마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바빌론>은 영화의 역사,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동시녹음의 도입 전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영화가 바로 <사랑은 비를타고>입니다. 사실 영화의 내용 상당부분이 <사랑은 비를타고>와 비슷합니다. 영화 <바빌론>에는 <사랑을 비를타고>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많아서, 바빌론을 감상하기 전 사랑을 비를타고를 관람 하고 보면 더욱 영화내용을 이해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은 비를타고> 내에 포함되어있는 1920년대의 할리우드 역사 유성영화가 등장함으로써 영화계는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이런부분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영화 <바빌론>을 감상하기에 큰 무리가 없을듯 합니다.

 물론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바빌론>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겠지만 영화 자체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요소가 많고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이 있어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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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 포스터

 

 

 

1. 영화 <왕의 남자> 간단한 정보

 연산이 왕이었던 시절, 여자보다 더 여자 같던 광대 '공길'과 당시 최고의 광대 '장생'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를 다룬 대한민국의 역대 천만 영화 <왕의 남자> 입니다. 영화 <왕의 남자>는 아마 한국인이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작품일 것입니다. 연산군의 이야기를 다룬 김태웅의 희극 <이(爾)>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천만이 넘는 관객이 본 만큼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는데, '무명배우였던 '이준기'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작품' , '가장 한국적이었던 영화' , '몇 안되는 한국의 마스터피스'등이 있습니다. 

 감독 '이준익'을 한국인의 뇌리에 콱 박히게 했던 작품이며,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와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세번째로 천만관객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왕의 남자>를 볼때마다 공감되는 인물이 다르다는 것은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장생과 공길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 (줄거리/스포포함)

 사실 영화 <왕의 남자>는 논란이 많은 영화입니다. 장생과 공길의 이야기, 즉 동성애가 주제인가 혹은 비운의 군주, 연산의 비극이 주제인가를 두고 많은 관객들의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연산이라는 인물의 비극이 와닿지만, 반복해서 볼수록 장생과 공길의 절절한 이야기에 매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장생은 영화 내내 공길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영화 초반, 공길이 희롱을 당하려하자 천민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해 하늘같은 양반에게 도전을 합니다. 실제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후 자신의 생계였던 남사당패를 떠나 공길과의 미래를 위해 한양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주저없이 떠나는 모습에서 장생의 능동적이고 솔직한 면모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길은 굉장히 수동적인 인물입니다.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외모 때문에 권력자들에게 몸을 팔아야하는 현실에 대해 저항하지 않습니다. 공길의 수동성은 장생을 대할 때도 적용되는데, 장생을 형이나 동료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않는 내향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두사람의 차이는 장생과 공길이 궁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며 문제가 됩니다. 양반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왕 '연산' 또한 공길을 몰래 부르게 되었고 장생은 왕을 질투하기 시작합니다. 천한 광대의 신분이었던 장생의 질투는 결국 왕이 아닌 공길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둘은 전례없는 갈등을 겪습니다. 아마 궁이라는 공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연산이라는 높은 벽을 만나지 않았다면 둘의 이러한 갈등은 쉽게 해결되었을 것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공길의 불안감을 풀어주기 위해 장생이 장님놀이를 했던것 처럼 쉽게 말입니다.

 뒤이어 궁에서 동료 육갑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장생과 공길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그토록 마음을 표현했지만 자신이 아닌, 왕의 아픔에 공감하고 궁에 남고자 하는 공길에 대한 배신감으로 장생은 궁을 떠나려 합니다. 갈등하는 두사람 앞에, 공길을 질투해 녹수가 판 함정에 빠지게 되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장생은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 씁니다.

 이 일로 옥에 갇혔던 장생은 처선에 의해 옥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공길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왕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왕 앞에서 줄타기를 하며 왕과 공길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폭로하게 됩니다. 그 일로 장생은 결국 눈을 잃게 됩니다. 이 때 장생이 본인은 더이상 잃을것이 없다는 대사를 하는데, 여기서 이미 잃은것은 아마 공길에 대한 사랑일 것입니다. 남사당패를 탈출한 이유, 그토록 광대로서 성공하고 싶었던 이유 모두 공길이었지만 공길의 시선은 왕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인물이고 왕 앞에서 용감할 수 있었습니다.

 용기의 대가로 장생은 눈을 잃었고, 공길은 감옥에서 장생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제서야 공길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집니다. 영화의 결말부,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탄하는 장생에게 공길이 간접적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 훔쳐가는걸 못보고" 라는 장생의 대사에서 잡놈은 연산이고 그놈은 공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장생을 향한 공길의 대사인 "야 이 잡놈아!" 라는 대사로, 공길의 마음을 훔쳐간 잡놈은 다름아닌 장생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공길은 장생이 타는 줄 위로 올라가 줄을 튕김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이후 두사람은 함께 한 줄을 타게 됩니다. 줄타기는 원래 한 줄에 한 사람이 타는 것인데 둘이 탄다는 것은 자살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광대가 되고 싶다던 그들의 대사와 광대에게는 생명인 부채를 던지는 장생의 행동을 통해 우리는 두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의 엔딩에서 주인공들의 대사인 "나 여기있고 너는 여기없지" 를 통해 저승과 이승을 나누는데 이를 통해 공길과 장생의 죽음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 <왕의 남자>는 감정에 솔직한 인물과 그렇지 못했던 두 인물 사이의 절절한 줄다리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여타 인물과 달리 공길의 감정과 행동동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공길이라는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던 원작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으로 뽑을 수 있습니다.

 

 

3. 어리고 여렸던 군주 '연산'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 말고도 관객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바로 조선의 10대 왕이었던 연산이라는 캐릭터 입니다. 원작인 극 <이(爾)>도 그렇고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도 그렇고 결국 두 작품의 핵심이 되는 인물은 연산입니다. 보통 연산군하면 각종 폭정과 향락에 빠져 종내에는 중종반정으로 몰려난 폭군으로 기억을 할텐데, 영화 <왕의 남자>는 이러한 보편적 인식을 뛰어넘어 연산의 인간적인 측면에 주목한 영화입니다.

 연산은 조선의 법제를 완성한 성종의 아들입니다. 조선 건국 초기 성리학적 질서를 바탕으로 국가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했고, 이에 성종의 아들인 연산에게는 각종 제도와 규율에 맞는 모범적인 삶이 강요되었습니다. 즉, 궁에서 그의 일평생은 늘 아버지인 성종과 비교 대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 폐비 윤씨는 연산군 나이 7세에 사약을 받고 죽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강요받은 각종 제도와 규율, 친어머니 없이 커야했던 현실, 이는 연산이라는 한사람에게는 분명 큰 슬픔이었을 것입니다.

 극 중 연산이 조선의 왕들이 일반적으로 입는 빨간 곤룡포가 아닌 시퍼런 곤룡포를 입는 설정은 차가운 이미지로 하여금 그의 우울함과 슬픔을 대변한 연출일 것입니다.이어 영화 내내 마음속 상처로 인한 결핍을 채우려는 연산의 다양한 행동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연상의 여인 녹수와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것과, 성리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왕으로서의 삶을 강요받는 자신과는 달리 무대 위에서 왕도 되고 여자도 되는 자유로운 광대들을 부러워하며 그들과 함께 무대를 즐기는 장면입니다. 

 이후 공길에게 마음을 주고 그를 소유하려 했지만 공길이 자살시도를 하며 자신에게 등을 돌리자 마치 어린아이가 망가진 장난감을 버리고 새로운 장난감을 찾듯 다시 녹수에게 걸어가는 모습은 그의 심리적 공허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일생을 억압적이고 불안하게 살아야했던 그에게는 항상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폭정, 향락, 사치 등 비정상적인 방식이 그것이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받은적이 없기에 원초적인 쾌락만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던 어리고 여렸던 왕, 연산의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주변에 진정으로 연산을 챙겨줬던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는 달랐을 것입니다. 빡빡한 신하들, 권위를 위해 자신을 이용하는 녹수,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도 모른척 했던 궁실 가족들,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처선, 그리고 결국 자신을 버린 공길까지, 동성애와 더불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주목해야할 부분이 바로 연산이라는 군주의 쓸쓸함 일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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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1. 그 시대의 전설이었던 '슬램덩크'의 추억

 오래된 작품들이 다시 빛을 볼 때마다 '추억팔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케팅에 추억이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경제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지금의 30~40대들을 타겟으로 하는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이 어렸을때 즐겼던 것들,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혹은 주머니가 궁했기 때문에 선뜻 돈을 꺼내지 못해 지나가게 둘 수밖에 없었던 것들. 오래 되었기때문에 기억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덧칠한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얼마든지 지갑을 열 수 있는 것들을 다시 가공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추억팔이 마케팅이면서 동시에 고마운 선물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 즐기고 간직하고 싶어도, 돈을 쓰고 싶어도 쓸곳이 없는곳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추억팔이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바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입니다. 

 일본의 메이저 주간지 중에서 슈에이샤가 고단샤, 쇼카쿠칸과 차원이 다른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드래곤볼>과 <슬램덩크>의 덕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큐 점프'에서 <드래곤볼>, '소년 챔프'에서 <슬램덩크>가 사이좋게 나뉘어 연재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슈에이샤의 '점프'에서 두 작품이 동시에 연재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일본 만화의 힘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두 작품의 동시 연재는 다른 주간지로서는 극복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주간 만화잡지로 무려 635만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도 이 시기의 일입니다.

 그리고 <슬램덩크>의 극장판이 마침내 20년의 시간을 훌쩍 넘겨서 나왔습니다. 이 작품의 등장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루머가 있었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고 우리 세대는 마치 추억을 보상받은 것 같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2. 성장, 투혼, 사랑 그리고 상실

 '성장, 투혼, 사랑, 그리고 상실'. 청소년기에 사람들이 가지는 중요한 요소는 이런 것들일 것입니다. <슬램덩크>는 그 모든것이 담겨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뜨겁고 또 무엇보다도 쓸쓸한 작품입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송태섭'의 상실로 시작합니다. 아버지와의 이별, 그리고 이어진 형 '송준섭'과의 이별로 송태섭은 형의 꿈이었던 그리고 형과 너무나 즐거웠던 농구를 이어갑니다. 태섭의 어머니는 끊임없이 떠난 준섭을 떠올리게 하는 태섭의 농구가 견딜 수 없었지만 그래도 태섭을 핍박하지 않습니다. 모자의 이런 미묘한 관계는 계속 이어집니다.

 태섭에게 형은 영웅이지만 한편으로 엄마가 늘 준섭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을 안고있기 때문에 태섭은 엄마에게 그 흔한 응석 한번 부리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태섭은 지금의 반항적이면서 시큰둥한 '마이페이스'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여전히 성장기 이지만 태섭의 서늘함에는 성장과정에서의 가정환경의 문제로 인한 쓸쓸함이 묻어있습니다. 

 

 

3. 훌륭한 연출을 보여준 <더 퍼스트 슬램덩크>

 눈에띄는 것은 역시 '비주얼', 연출의 변화입니다. 연출적으로 대단히 훌륭하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3D 모델링을 선택해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것은 지금의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약점도 있습니다. 3D 모델링을 선택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거니와 동시에 제작비와 시간을 아끼기 위한 지점도 있습니다. 3D 연출은 카메라의 배치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그리고 동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대신 3D 랜더링 작품의 경우 입의 움직임이나 표정 등이 자연스러워지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기도 합니다.

 영화는 원작 만화가 지니고 있었던 '만화적인 표현'을 최대한 배제합니다. 예를 들자면 경기 도중에 나오는 내면표현, 마음의 소리들을 대부분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것은 '해설 장면'의 제외입니다. 북산 선수들의 상태, 산왕공고의 전력과 전술적 변화등을 해남의 남감독이나 이정환의 입으로 해설하는 것이 하나의 만화적 재미였는데 이 작품은 그 해설을 빼버립니다. 해설장면은 사실 많은 명대사를 남길 정도로 무척 중요한 장면이지만, 모든것을 설명하기 보다는 경기의 템포를 살리는 것을 선택했고 그렇기에 더욱 멋진 완성도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4. 인생과 청춘을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

 슬램덩크는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강백호의 마지막 슛을 멋진 슬램덩크가 아니라 평범한 점프 슛으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멋'을 아는 작가입니다. 일본만화 역사에서 비슷한 작품조차 찾아볼 수 없는 역대 최고의 스포츠 만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찬사를 받고 있는 <슬램덩크>가 좋은 극장판으로 찾아와, 그 시대 많은 관객들이 그 애틋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원작에서 강백호의 이름인 '사쿠라기 하나미치'에서 '하나미치'가 가부키 극장의 추가적으로 설치한 무대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의 이름처럼 봄에 핀 벚꽃처럼 짧고 아름다운 것은 주인공 강백호의 재능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화려하게 빛나다 불이꺼진, 무대 뒤로 사라진 우리의 청춘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일 것입니다. 젊었기에 아름답고, 짧기에 소중하고,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애틋해지는 것처럼 슬램덩크 극장판 역시 짧고 아쉽지만 그렇기에 이 순간이 다시한번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무대는 끝나고 우리는 다시 잠시 그들을 잊어버리겠지만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인생의 다른 순간에 마주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의 추억에 소구하는 작품이면서 좋은 추억팔이의 사례로 남을만한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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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1.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줄거리

 주인공 세연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엄마'입니다. 남편인 '진봉'을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 결혼한 후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헌신해온 사람, 한 사람의 여자이기보다는 '엄마'로 기억되는 사람, 손에는 물이 마를날이 없고 남편 챙기랴 아이들을 챙기랴 정신없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질병이 찾아온 것입니다. '폐암 말기' , 그녀의 삶이 끝나기 까지 남은 시간은 2개월이 고작이었고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시간은 멈췄지만 자신의 암 소식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봉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이들을 먼저 걱정하면서 세연에게 동정조차 사치라는 식의 태도를 취합니다. 이에 참다참다 폭발한 세연은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폭탄발언을 합니다. 만약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혼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말입니다. 이렇게 영화의 초반부 흐름은 충격과 비애가 흐릅니다.

 엄마를 쳐다도 보지 않는 아들, 그리고 방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사는 딸, 지지리 말도 안듣는 '진봉'. 그나마 남편이 운전을 해주는 덕에 세연은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첫사랑의 소식을 듣고 이야기는 과거 회상으로 향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방송반 동아리 활동으로 만난 첫사랑 정우의 이야기 입니다. 세연은 정우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두사람은 이문세의 '별밤'을 보러 서울까지 가면서 가까워 집니다.

 이후 세연의 모험은 정우를 찾는 여정으로 연출됩니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았고 진봉은 어쩐지 그 사실에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부산으로, 다시 섬으로 향한 세연은 진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그리고 편지를 준것도 자신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정우를 오해하고, 오히려 친구인 현정이 이간질을 했다고 생각한 세연은 사실 정우가 좋아했던 것은 세연이 아니라 현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세연과 진봉이 함께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목포든 어디든 진봉과 세연이 같이 다니는데, 어디를 가더라도 두사람이 함께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둘이 신혼여행을 갔던 추억이 있고, 세연이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되면서 처음으로 만난 진봉의 스토리는 절절합니다. 세연이 고등학교때 오해했던 첫사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절실하게 세연을 원했던 사람은 진봉이었습니다. 세연도 진봉에게 사랑을 느꼈고 영화는 두사람의 사랑을 무한 긍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2. 뮤지컬의 힘이 더해져 감동적인 영화

 영화의 초반에서 엄정화 배우가 노래를 시작하는 장면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과, 이 영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갈리는 장면입니다. 염정화의 노래에 공감해서 울컥 감정이 나오는 부류의 사람이 있고, 감정이 잘 동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전자의 관객들에게 <인생은 아름다워>는 영화 끝까지 같은 종류의 감동과 웃음을 선물합니다. 하지만 후자의 사람들에게는 식상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한편 있을 뿐입니다.

 뮤지컬의 힘은 대단합니다. 음악과 춤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과정을, 영화는 뮤지컬의 판타지와 현실의 교차로 설명합니다.예를 들어 세연과 진봉이, 세연이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이자 첫사랑과 처음 만났던 목포로 방향을 잡고 출발하는 순간 세연의 들뜬 마음이 노래와 춤으로 표현됩니다. 첫 휴게소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이 장면에서는 세연의 감정과 기분 뿐만아니라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 휴게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뮤지컬 답게 함축해서 보여줍니다. 현실의 지루한 부분을 잘라내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면, 뮤지컬은 그 현실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핵심만 쏙쏙 뽑아 과장해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 환상과 이야기의 결합이 펼쳐지는 것이 초반 뮤지컬 장면의 힘입니다.

 

 

3.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쥬크박스 뮤지컬영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원래 2020년 연말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밀리게 되면서 2년만에 상영하게 된 영화입니다.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적 특징도 가지고 있지만 과거의 향수를 불러온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작품입니다. 서울극장과 이문세의 별밤을 듣고 자랐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에 큰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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