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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라라랜드' 포스터

 


1. 음악과 함께 시작되는 꿈같은 오프닝

하늘을 비추고 있던 카메라가 땅으로 내려오면서 영화는 시작됩니다. 이 영화는 현실의 공간인 땅에 발붙힌 채로 하늘을 꿈꾸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는 점에서, 어쩌면 그것이야말로 이 영화에서 가장 알맞은 첫 장면입니다. 그 때문인지 영화가 처음으로 비췄던 ‘현실’의 장면은, 꽉 막힌 도로위의 모습입니다. 마치 제대로 풀리는 일이 하나도 없이 앞으로 나갈 길이 막혀있는 주인공들의 일상을 비유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그렇게 답답한 일상의 순간들을 그리다가 그 위에 음악을 올려놓았습니다. 그러자 교통 체증과도 같았던 지루한 일상의 순간은 꿈만같은 비현실적 순간으로 전환되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관객의 흥미를 유발하는 오프닝의 역할을 하는 동시에, 이 영화의 법칙을 설명하는 장면이기도 합니다. 바로 영화에서 음악이 나오는 순간만큼은 답답한 현실을 넘어서, 꿈의 시간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법칙입니다.


2. 영화 <라라랜드>의 진짜 메세지

음악이 나오는 순간만큼은 답답한 현실을 넘어서, 꿈의 시간으로 넘어가게 된다는 이 법칙은 하나의 역설을 갖게 됩니다. 바로 음악과 함께 꿈이 시작되는 것이라면, 그 꿈은 그리 길지 않은 이 음악이 흐를 때에만 지속되다가, 언젠가는 결국 끝날 수 밖에 없을거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영화의 이러한 역설은 마지막까지 유지됩니다. 미아와 셉의 꿈만 같은 마지막 춤사위가 음악과 함께 끝나버리고 나면, 두 주인공들이 모두 현실로 돌아오며 모든 이야기가 마무리 되는것처럼 말입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는 꿈의 공간인 라라랜드로 우리를 초대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결국에는 그 누구도 라라랜드에 영원히 머물러 있을 수 없을 것이라는 완전한 반대의 이야기를 그 안에 담아내고 있는 것입니다. 즉 꿈이란 것은 음악이 흐르는 그 몇 분 동안만 잠시 허락되는 것일 뿐, 그것을 영원히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라는 꿈의 상실을 가장 꿈같은 장면을 통해 역설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너무나 잔인한 이야기인데도, 우리가 <라라랜드>에 강렬한 끌림을 느끼고 있는 것은 지금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의 상실감을 이 영화가 너무나 정확히 대변해 주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전에 로맨스 영화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오직 로맨스만을 위해 모든 것을 열정적으로 불태우고는 합니다. 그들에겐 현실의 고단함 같은 것이 없다는 듯, 오직 사랑하는 사람에게 자신의 시간을 모두 쏟아붓는 현실적인 모습을 보여주고는 했습니다. 하지만 <라라랜드>의 시간은, 철저하게 지금 시대를 반영하고 있습니다.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사랑에 쏟을 시간이 부족해지고, 반대로 사랑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면 꿈에 쏟을 시간이 부족해지는, 영화는 그러한 우리 시대 상실의 딜레마를 현실적으로 담아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영화는 그렇게 잔인한 현실을 담아내는 동시에, 우리의 현실을 그 어떤 영화보다도 아름답게 그려내주고 있기도 합니다. 비록 음악이 흐르는 찰나의 순간에만 한정된 것이긴 하지만 영화는 언젠간 우리의 현실도 저렇게 아름다워질 수도 있을 것이라는 위로를 건내줍니다. 그리고 어쩌면 그것이 바로 우리가 이 영화에 끌리고 있는 가장 큰 이유일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꿈과 사랑의 양립불가능성을 말하며, 우리 시대의 슬픈 자화상을 그려내고 있지만 또 다른 한편으로는 언젠가 마법처럼 그 모든 것들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랄는 아름다운 환상을 우리들에게 선물해주고 있는 것입니다. 물론 짧았던 음악이 끝나고 나면, 환상속에서 춤췄던 모든 인물들이 현실로 돌아가는 것처럼 우리들도 이 환상적인 영화가 끝나고 나면 다시 현실을 살아가게 됩니다. 하지만 그 환상을 경험했던 기억만큼은 우리들에게 계속 남아, 조금은 잔인한 현실을 계속 살아가게 해줄 힘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영화는 현실에 대한 무조건적인 비관도, 꿈에 대한 무조건적인 낙관도 아닐 것입니다. 계속 꿈속에서만 살아갈 수도, 계속 현실 속에서만 살아갈 수도 없는 우리들이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양쪽 모두를 꿈꿔볼 수 있는 것이 우리의 삶이라는 것을 역설하고 있는 것입니다. 비록 음악이 끝나면 다시 현실로 돌아와야 하지만, 우리는 음악이 다시 시작될 그 순간을 꿈꾸며 계속 살아갈 수 있을것입니다. 언덕에서 올려다본 현실의 풍경이 별로라고 불평을 하면서도, 언제 그랬냐는 듯 그 현실의 풍경을 바탕으로 환상적인 순간을 만들어내는 미아와 세바스찬 처럼 말입니다.

3. 뛰어난 색감이 매력적인 영화 <라라랜드>

원래 형형색색의 색감은 뮤지컬 영화에서 주로 볼 수 있는 특징입니다. 그리고 춤과 노래로 대표되는 뮤지컬이기 때문에 이를 더 강렬하게 표현하기 위해서 색감 작업이 중요합니다. 데이미언 셔젤 감독은 이를 더 극대화 하기 위해서 테크니컬러를 사용했습니다. 테크니컬러는 30년대 후반에서 50년대에 주로 사용되다가 요즘에는 디지털 촬영이나 색보정 기술이 있어서 거의 쓰이지를 않았습니다. 영화를 보면, 감독이 테크니컬러를 고집한 이유를 알 수 있습니다. 붉게 노을진 바다나 LA의 야경, 빛나는 바다 등의 장면에서 더욱 풍성한 색채를 느낄 수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은 의상에서 까지 잘 보여집니다. 친구들과 파티장을 가는 장면에서, 빨간색 노란색 파란색 그리고 녹색의 강렬한 원색 계열의 의상에 배경은 검은색으로 더욱 돋보이게 만듭니다. 영화 전반적으로 의상이 고전과 현대가 어우러진 화려한 색채의 의상이 많이 나옵니다. 이렇게 의상부터 시작하여 4~50년대 전통적인 할리우드 뮤지컬 영화를 현대에 잘 어울리게 재창조한 영화입니다.
핀조명과 헤어스타일, 배경같은 요소들이 하나하나 모인 덕분에 옛 할리우드 영화의 풍미를 가득 느낄 수 있는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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