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영화 <엑시트> 줄거리
용남은 어머니의 칠순잔치를 일부러 의주가 열고있는 구름정원에서 진행합니다. 예상대로 의주를 만난 용남은 의주에게 거짓말로 취업을 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의주는 친구에게 전화해 용남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잔치가 흥겨워질때 다짜고짜 재난이 시작됩니다. 특허권을 빼앗긴 바이오 기업 소속 연구원이 앙심을 품고 자살 테러를 벌인것입니다. 테러에 이용된 것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유독가스 입니다. 이 사람은 이 유독가스를 탱크로리에 가득 싣고 와서 '안길' 그러니까 현실로 치면 강남 한복판에 풀어버린 것입니다.
일단 이 가스는 마시는 것만으로도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고,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게 됩니다. 이 가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대기를 부유하며 오랜시간 퍼져나가게 됩니다.
이에 <엑시트>는 딱 한가지에만 집중합니다. 바로 '생존투쟁'입니다. 용남과 의주는 구름정원에 갇힌 가족들을 구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고, 이들은 모두 합리적인 선택을 합니다. 일단 옥상으로 대피해 헬기 구조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침 옥상문은 잠겨있었고 밖에서 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옥상열쇠는 1층에 있어 찾으러 갈 수 없었고, 가스는 계속 위로 올라오려고 하고 있었기에 용남은 클라이밍으로 옥상에 올라가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용남의 영웅적인 행동으로 옥상 문은 열리게 됩니다.
문제는 이 두 주인공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입니다. 용남을 바라보는 용남의 가족들은 용남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의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이 해야할 일을 피하지 않습니다. 약하고 어설프지만 다른사람을 위해 나설 줄 아는 영웅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용남과 의주는 가족들을 헬기에 태우고 자신들은 남습니다. 이제 영화는 두사람에게 집중해 두 청춘이 살기 위해서 달리는 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끝까지 달려나간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가장 높은 크레인까지 도달합니다. 마지막 순간 "제발 우리를 좀 봐줘!" 라는 조정석의 외침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은, 여전히 사고 현장에서 살아가면서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 버려진 청년 세대의 외침처럼 다가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2. 영화 <엑시트>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영화 <엑시트>는 기존의 한국 재난영화와 다르게 과잉된 연기를 하는 장면을 배제하여 억지웃음 요소가 없습니다. 또한 한국 오락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신파'의 요소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한국 재난영화로 손꼽히던 <해운대>가 보여준 웃음과 눈물로 범벅이 된 천만이라는 공식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반면 신파가 전면에 배치된 영화들은 이제 관객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인상을 줍니다.억지웃음도 신파도 없는 이 영화는 재난상황과 탈출이라는 작품의 상황에 진지하게 몰입합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아주 영리하게 구성된 재난 영화 다운 재난 영화가 눈앞에 그려집니다.
영화 <엑시트>를 보면서 받는 전반적인 인상은 '깔끔함'입니다. 한국형 재난 영화의 함정을 멋지게 격파하는 것에서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불필요한 클리셰들도 파괴하고 있습니다. 항상 상황파악 못하고, 상황을 더 나쁘게만 만드는 이른바 '고구마' 캐릭터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과 평면적이고 기능적인 악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정부나 고위층, 혹은 대기업의 음모와 같은 음모론적 분위기에서도 탈피했습니다.
코미디 영화라는 장르에 있어, 웃음에 대한 타율은 낮은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긴장감이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또한 영화 자체에서 방독면 사용법, 살아님기 위해 고무 장갑을 끼고, 종량제 봉투를 몸에 두르는 합리적인 행동원리가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아마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그리고 가장 인상적으로 재난 상황에 대처법을 소개한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공간들이 우리의 삶에 굉장히 밀접한 곳들이라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삼겹살집, 헬스장, 보습학원, 그리고 주위에 펼쳐진 소품들에는 모두 뛰어난 아이디어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3. 청춘에게 삶은 재앙이다.(스포포함)
우선 영화의 주인공 두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정석이 연기한 용남은 취준생입니다. 가장 최근까지도 원서를 넣은 회사에서 탈락 메시지가 왔습니다. 영화는 용남의 처지를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줍니다. 우선 용남은 첫 장면에서 체력단련을 위해 철봉을 잡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장소는 하필 동네 놀이터이고, 용남의 운동을 보는 것은 할머니들입니다. 그리고 조카와 조카 친구들이 용남을 보며 이상한 아저씨 취급을 합니다. 출근도 하지 않고 대낮에 철봉을 잡고 운동하고 있는 용남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변두리인으로 취급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후 영화는 용남이 집에서 대우받는 현실, 용남이 과거 암벽등반을 하며 의주를 떠올리는 모습, 그리고 용남의 친구를 보여주며 용남의 캐릭터를 확실히 소개합니다.
그리고 용남이 짝사랑하는 의주는 정의주라는 이름처럼 진취적이고 똑똑하고 눈치가 빠른 여성이지만 정작 하고있는 일은 구름정원의 부점장입니다. 말이 부점장이지 아르바이트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비정규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의주는 점장으로부터 노골적인 대시를 당하고 있습니다. 말이 대시지 거의 지근덕 거리는 수준으로, 의주가 처한 일자리의 환경은 최악에 가깝습니다.
결국 지금의 청년들, 청춘들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취업에 실패한 사람은 가족으로 부터,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되고 그나마 아르바이트같은 일자리에서 일을 하는 청춘들은 그 젊음을 착취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의주같은 경우에는 성희롱에 가까운 상황도 감내하면서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청년들의 현실을 재난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스멀스멀 위로 올라오며 주인공 두사람을 위협하는 하얀 연기 '유독가스'는 방독면이 없으면 단 10초도 견디기 힘들고, 세상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으며 헬기 구조는 오지도 않는 현실을 대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매 순간 세상은 위기로 청년들을 밀어 넣기만 합니다.
'유독가스' 라는 존재는 이 영화가 은유하고 있는 이시대의 청춘들이 처한 재난과도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실체가 보이지도 않고 막을수도 피할수도 없으며 숨통을 조여오는 청년들이 처한 이 위기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가스를 피해 자꾸만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애잔한 설정입니다.
우리는 재난과도 같은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재난 현장을 보도하고 살기 위해 달리는 주인공을 보며 날린 뉴스 앵커의 "사고 현장의 두분,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이 한마디가 심금을 울리는 것입니다. 무책임한 이야기지만 지금 청춘들에게 이 영화가 건낼 수 있는 것은 힘내라는 말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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