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오프닝
영화가 시작하면 소현세자의 죽음을 설명하는 인조실록이 먼저 나오고, 그다음 주인공이 누군가를 안고 정신없이 뛰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그리고 주인공의 시점으로 1장이 시작됩니다.
영화를 맨 처음 봤을 땐 오프닝에서 그가 왜 뛰는지, 안고있는 사람은 누군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영문을 도통 알 수는 없지만 나중에 가면 인조실록의 문구는 영화의 중간점이고 주인공이 원손을 안고 달리는 장면은 영화의 최종장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가 애초에 나중의 장면을 미리 스포해서 보여주고 시작하는 그런 셈입니다. 이렇게 오프닝에 스포부터 하고 보는, 즉 '플래시 포워드' 기법을 쓴 영화입니다.
오프닝을 통하여 앞으로 일어날 긴박한 상황을 미리 암시를 하지만, 기대를 저버리고 결국 원손은 죽으며 우리는 인조와 최대감의 대화를 통해서 비참한 부조리를 마주합니다. 오프닝과 최종장에서 반복되며 충격을 베가시키는 이 장면은 이 영화를 관통하는 진실과 거짓 모티브를 역설적으로 강조하고 이야기의 긴장감까지 제대로 잡습니다. 무엇보다 '묘시'라는 자막이 뜨며 날이 밝는데, 앞이 보이지 않는 천경수의 설정이 여기서 드러나는 부조리와 맞닿아 이 영화 <올빼미>만이 표현할 수 있는 묘한 감정으로 안타까움이 커지기만 합니다.
2. '올빼미' 라는 제목에 관하여
영화에는 시종일관 '거짓말'이 나옵니다. 거짓말로 가득한 세상은 어두운 세상 가운데, 두 올빼미가 있습니다. 하나는 '천경수'고, 다른 하나는 '소현세자'입니다. 주맹증 환자인 천경수는 어두운 곳에서 흐릿하게 볼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인 차원에서 올빼미라고 할 수 있고, 소현세자는 가짜가 판치는 어두운 세상에서 적어도 이 영화에서는 앞길을 내다보기 때문에 관념적인 차원에서 올빼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사실 천경수는 세상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살기위해서 거짓말을 일삼지만, 의료에 관해서는 거짓과 타협을 하지 않습니다. 영화 초반 고기를 몰래 빼돌리는 푸줏간 주인은 넘어가고 그 직전에 다른 의원들이 실을 가지고 하는 거짓 진료는 참지 못한 채 대놓고 꼬집는 그러한 대조를 통해서 명백하게 드러납니다. 그리고 의료만큼 그가 진실되게 대하는 것은 유일한 가족인 동생 경재를 향한 사랑입니다. 그런 그에게 소현세자는 학대경을 건내주며 "안보고 사는게 몸에 좋다고 해서 눈을 감고 살면 되겠는가? 그럴수록 눈을 더 크게 뜨고 살아야지" 라고 말을 합니다. 원손과 경제의 나이가 비슷하다는 공통점으로 이 두사람의 유대가 형성되기도 합니다. 다만 세상이 앞을 보는 소경을 좋아하지 않듯 인조역시 앞을 보는 아들을 좋아하지 않습니다. 곧이어 소현세자는 이형익의 손에 죽고 이 사건은 사람을 치료하는 일 만큼은 예외가 있는 천경수에게 불을 지핍니다.
나중에 가서 알게 되지만 음모의 중심에 인조가 있어서 주저하기도 하나, 원손을 통해 마음을 고쳐잡고 부조리에 맞서기로 결심합니다. 앞이 보이지않는 상황에서 사람을 치료하는 사람이, 이젠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세상을 바꾸기로 결심하는 것입니다.
3. 아쉬웠던 결말의 '올빼미' (스포포함)
영화의 결말에 나왔던 장면은, 4년이 지나고 천경수가 인조에게 침을 놓으며 끝나는 장면입니다. 천경수가 참수형에서 벗어나는 장면도 사실 영화적 허용이 많이 들어간 것으로 보이는데 이것을 차치해도 4년 뒤 장면은 영화가 초지일관 밀어붙이던 그 올빼미로서 천경수의 모습이 아닙니다. 거짓으로 가득해 어둡기만 했던 세상이 결말에서 갑자기 천경수에게 너무 쉽게 길을 내어줍니다. 이럴거면 인조는 시간의 흐름에 따라 쓸쓸히 죽는 것이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아무리 인조라지만 왕이 죽었는데 의원이 유유히 빠져나오는 모습은 천경수가 아니라 그냥 류준열 배우가 나오는 것 같았습니다. B컷이 잘못 들어갔나? 싶은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아무래도 베드 엔딩은 흥행에 유리하지 않으니까 스튜디오가 무리해서 끼워넣은 결말로 짐작을 할 수 있지만, 결말이 너무 동떨어지는 점은 아무래도 상당히 아쉬운 그런 지점이었습니다.
또 전체적으로 봤을 때 스릴러로 치고 나가는 힘에 의존하는 그런 플롯이지만 일부 장면에선 인물의 동기가 조금 생략됐다는 느낌이 있었습니다. 대부분은 그냥 그런가보다 해도 강빈은 너무 쉽게 소모된 듯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천경수가 이영익을 고발하는 밀서를 강빈의 방에 몰래 올려놓는데, 강빈은 천경수를 발견하고 허벅지의 상처를 보고는 범인이라고 의심을 합니다. 남편을 죽인 용의자가 눈앞에 있는데, 천경수가 바로 확대경을 내보이며 사정을 설명하니까 곧바로 그를 믿고 바로 왕을 찾아간다는 지점에서는 영화적인 편의주의가 느껴졌습니다.
곧이어 왕의 처소에서는 "침을 흘려? 칠칠치 못하게"라는 인조의 말을 들은 경수가 왕이 범인임을 눈치채고 강빈에게 신호를 보내는데, 여기서도 처음에는 잘 모르다가 천경수의 신호를 받고는 왕이 범인임을 눈치챕니다. 소현세자와 그 누구보다 유대가 강했을 캐릭터가 이 강빈이기 때문에 천경수를 의심하고 믿고 하는 과정이 좀 더 설득력있게 그려졌다면 좋았을텐데, 이 부분도 왠지 러닝타임을 고려한 타협점인듯 싶어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4. 그래도 재밌었던 영화 '올빼미'
<올빼미>라는 제목에 맞게 진실과 거짓 모티프를 철저히 지켜서 주제의식을 살린점도 좋지만, 소현세자의 충격적인 죽음을 중심축에 놓고 앞뒤로 흡입력 있게 치고 나가면서 그냥 영화의 이야기 자체가 재미있어서 상당히 만족했습니다. 앞으로도 안태진 감독님의 새로운 영화를 기대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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