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비하인드 스토리(스포포함)
원래 이야기는 1990년 어느날 항만노조의 파업과 그들을 치는 용역깡패, 그리고 경찰이 그것을 묵인한다는 설정으로 시작합니다. 그러면서 이 노조를 장악해가는 와중에 강과장이 어떤 사건을 접하면서 본론으로 들어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인물 중심이기보다 조직 중심의 세력다툼, 정치 이야기 등을 표현하고 싶었고 1990년부터 무려 20년의 세월이 배경이었습니다. 그러나 감독이 자신의 연출 역량을 고려했을 때 중간 부분만 빼서 연출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했고, 그렇게 만들어진 영화가 바로 <신세계> 입니다.
박훈정 감독은 원래 만화가가 꿈이었고 시나리오는 독학으로 공부했습니다. <악마를 보았다>, <부당거래>의 각본을 쓰고 <혈투>로 입봉을 했으며, <신세계>는 그의 두번째 연출작입니다. 프롤로그는 원래 각본에 없었지만 감독은 이런 장면을 통해 영화의 성격을 단번에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서 넣기로 결정했다고 합니다. 특히 프락치로 몰린 조직원의 최후를 바라보는 이자성의 모습을 통해 이후에 그가 줄곧 표현하는 스트레스에 더 설득력이 생긴 것입니다.
감독은 골드문 내의 재범파와 정청계를 주류와 비주류로 대비하고 싶었고 재범파가 거의 서울 출신이었기 때문에 정청은 화교, 그것도 인천이나 부산도 아닌 전라도 여수 출신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런 소수중에 소수였기 때문에 정청과 이자성의 관계도 더욱 끈끈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감독은 시나리오를 쓰기 전 경찰과 검찰이 공개한 자료를 통해 90년대 조직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했습니다. 그리고 영화를 통해 조폭을 미화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에 이사회도 그럴싸하게 열지만 결국 엉망으로 끝나도록 연춣했습니다. 강과장이 뒤에서 계속 작업을 펼치는 이유도 골드문 사람들이 자신의 근본을 버리지 못할 거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감독은 엘리베이터 장면에서 액션의 쾌감이 아닌 폭력의 공포를 전달하고 싶었고, 그래서 일부러 클로즈업 기법을 많이 활용해 촬영했습니다. 그리고 많은 장소 중 엘리베이터를 선택한 이유는 엘리베이터라는 좁은 공간은 어디로 빠져 나갈 수도 없어 공포감이 극대화 되기도 하고 이런 좁은 공간에 정청을 잡아들였음에도 함부로 공격하지 못하는 적들의 모습을 통해 오히려 정청의 포스를 드러내기에도 적합했기 때문입니다.
감독이 말하길 정청은 이자성을 자신의 후계자로 생각하고 있었고, 이자성의 정체를 알았기 때문에 어쩌면 그를 칠 수도 있었지만 만약 그를 치면 그 뒤의 강과장과 전면전을 해야 된다는 것을 정청도 알고 있었다고 합니다. 결국 이자성의 정체를 모르는척 한것은 계산이 20%, 의리가 80% 라고 설명했습니다.
정청이 마지막까지 선물한 짝퉁 시계에는 “나는 진품과 가품에 상관없이 네가 형제임을 인정한다” 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합니다. 영화 초반 이자성이 짝퉁에 강한 거부감을 느끼는 이유는 말하자면 짝퉁인 자신의 삶에 대한 콤플렉스 때문인데 결국 이 짝퉁 시계를 정청의 자리에서 착용함으로써 자신의 가짜 삶, 골드문의 보스를 고스란이 받아들이게 된것입니다.
제목 신세계의 의미는 극중 세 인물이 추구하던 이상이라고 합니다. 강과장의 신세계는 범죄 조직에 판을 짜는 자신의 프로젝트 이름 그대로이고, 정청의 신세계는 자기 식구들이 골드문의 주류가 되는것, 이자성의 신세계는 골드문을 벗어나는 것이었습니다.
세사람의 신세계는 모두 달랐고 세사람의 신세계는 모두 실패했습니다.
2. 캐릭터에 맞는 배우들의 찰떡 연기
감독은 영화 전체적으로 인물간의 대립이나 미묘한 감정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일부러 클로즈업을 많이 썼습니다. 또한 비록 강과장이 이야기의 베이스가 되는 중요한 인물이지만 감독은 의도적으로 비중을 줄였습니다. 왜냐하면 그가 뒤에서 은밀하게 사건과 인물을 움직이도록 설계한다는 설정을 더욱 뚜렷하게 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최민식도 이에 맞춰서 강과장이 너무 돋보이지 않도록 연기했다고 합니다.
정청의 가장 첫 이미지는 양복차림에 슬리퍼를 신고, 뒤에 부하가 벗은 구두를 들고 있는 모습입니다. 구두 같은 건 불편하게 여기는 모습으로 정청이라는 인물의 강한 인상을 표현하려고 했고, 이런 요소들은 거의 황정민의 아이디어 였습니다. 처음 신고나온 슬리퍼는 황정민이 촬영 현장에서 신고 다니던 슬리퍼를 그대로 활용했는데, 정작 촬영할 땐 주변에 일반인들이 많아서 매우 창피했다고 합니다.
황정민도 정청이 겉으로 약간 미친 사람이지만 머릿속으로는 끊임없이 생존에 대한 계산을 하는 인물이라 생각하며 연기했습니다.
박성웅은 원래 비흡연자인데 이 영화에서 담배피는 장면이 유독 많아서 고생했습니다. 이사회 장면 찍을 때만 10개피를 넘게 피웠습니다. 촬영이 없을때도 이중구처럼 살기 위해 담배를 피웠다고 합니다.
면회장면에서의 감정몰입을 특히 힘들어 했으나 황정민의 “꼴리는 대로 해라”라는 조언을 듣고 연기에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한편 황정민도 정청이 이중구를 싫어하지만 자기가 고밣한 게 아니라고 해명하는 연기라서 이 장면을 촬영하는데 힘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이정재를 이 영화에 캐스팅 한사람은 바로 최민식 입니다. 이정재는 계속 감정을 숨기고 감추는 연기를 하다보니 계속 이게 맞나 하는 고민이 들어 특히 힘들어했습니다. 자기 분량이 없을때도 항상 현장에 와있었고 압박감 때문에 끊었던 담배도 다시 필 정도였습니다.
오프닝 크레딧에 이정재의 이름이 제일 먼저 뜨는것은 한재덕 대표의 아이디어 입니다. 주인공이지만 배우로서 많은 표현을 할 수 없는 역할에 대해 미안함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자성이 영화에서 담배를 잡기만 할 뿐 피우지 않은 이유는 그의 불안정한 심리를 나타낸 장치입니다. 마지막에 모든 일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마음 놓고 담배를 피우게 됩니다.
3. 신세계 각 캐릭터의 상징적인 공간
이자성의 정적인 성격과 맞닿는 공간으로는 기원을 선택했고, “어렵구만.. 빠져나갈 틈이 없네..” 라는 대사처럼 상대에게 완전히 둘러싸이면 죽게되는 바둑이 이자성을 은유하기도 합니다.
그리고 강과장은 판을 만들어 거기에 떡밥을 뿌리고 누군가 걸리기를 바라는 인물이라 낚시터를 그만의 공간으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썩은 물에서는 아무것도 낚을 수가 없듯 강과장도 범죄자들 사이에서 아무것도 낚을 수 없음을 암시하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정청은 그를 상징하는 공간이 딱히 없습니다. 정청은 이 영화를 흔드는 인물이기 때문입니다.
마지막 장면에 두사람의 과거이야기가 나오는 것은 너무 무거운 이야기를 접한 관객들의 긴장을 풀어주려 한 것이고, 정청과 이자성의 과거와 그들의 관계를 더 확장해서 보여주고 싶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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