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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피아니스트' 포스터



1. 영화 <피아니스트> 줄거리(결말포함)

 1939년 폴란드의 수도 바르샤바, 때는 독일이 폴란드를 침공하며 시작된 제2차 세계대전의 해입니다. 주인공 슈필만은 폴란드에서도 꽤 유명한 유대계 피아니스트 입니다. 라디오 녹음 중 갑자기 시작된 독일군의 폭격으로 대피하던 중 자신의 친구인 유렉의 동생, 도르타를 만나 첫눈에 반하게 됩니다. 피난을 위해 짐을 싸던 가족들은 영국과 프랑스가 독일과 싸울 것이라는 라디오 소식을 듣고 환호합니다.
 기쁨도 잠시, 독일은 폴란드를 빠른시간 안에 점령해버립니다. 독일은 폴란드 점령 후 유대인에게 점진적인 차별 정책을 시행합니다. 가구당   최소 2,000즐로티만 소유할 수 있는 정책, 식당과 공원 등 일부 사회 시설을 이용할 수 없는 정책, 유대인임을 구별할 수 있게 오른쪽 소매에 별모양 완장을 차는 정책 들이었습니다. 이러한 정책들을 넘어 1940년 10월 31일, 바르샤바의 유대인 격리 거주 지역인 ‘게토’로 강제 이주 시키게 됩니다. 이곳의 삶은 끔찍했습니다. 병과 기근으로 사람들은 죽어갔으며 독일군의 핍박으로 인권은 바닥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날 친구 이츠하크가 찾아옵니다. 그는 독일의 꼭두각시인 ‘유대인 경찰’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동생은 동포를 팔 수 없다는 이유로, 슈필만은 직장이 있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거절합니다. 이츠하크와는 반대로 게토 안에서 저항운동을 위해 일하던 돌렉과 마요렉을 만난 슈필만은 그들을 돕고 싶어했지만, 그들은 슈필만이 너무 유명하다는 이유로 이를 거절합니다. 시간이 갈 수록 게토 안에서 유대인의 삶은 피폐해져 갑니다. 저녁시간 갑자기 들이닥친 독일군은 유대인을 이유없이 죽이기 시작합니다.
 이렇게 게토 안에서의 불안한 삶을 살고 있는 그들에게 1942년 3월 15일 다시 한번 강제 이주가 시작됩니다. 임시 숙소에 머물고 있는 그들 중 젊은 인원들을 선발하여 노동자로 축출해갑니다. 또다시 이동하는 그들은 어디로 끌려가는지도 모른채, 독일군의 명령으로 기차를 타려고 합니다. 이 기차는 유대인 학살을 위해 독가스실이 있는곳으로 보내지는 기차였습니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한채 슈필만과 가족들은 기차로 향합니다. 슈필만의 친구인 이츠하크는 행렬에서 슈필만을 발견하고 그를 행렬에서 이탈시킵니다. 이츠하크는 기차의 목적지를 알고 있었고 슈핆만을 구하려 했던것이었습니다. 가족들을 포함해 유대인들을 실고 기차는 어딘가로 떠납니다.
 혼자 남겨진 슈필만은 다시 게토로 돌아와 노역생활을 이어갔고, 그 안에서 마요렉을 다시 만나게 됩니다. 게토안에서 채찍질은 기본이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불안한 삶에 슈필만은 지쳐갔고, 결국 마요렉에게 게토에서 빠져나가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마요렉의 도움으로 슈필만은 게토 밖으로 빠져나오는데 성공합니다. 게토를 빠져나간 슈필만은 옛 친구 안제이를 만나게 됩니다. 안제이는 슈필만을 도와줄 지인 마렉을 소개해주었고, 마렉은 슈필만에게 머무를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해 줍니다. 그의 거처는 얼마전까지 자신이 있었던 게토 인근에 구해졌고, 그것을 보고 만감이 교차합니다. 마렉은 비상시에만 갈 수 있도록 주소가 적혀있는 쪽지를 건내주며 떠납니다.
 1943년 4월 19일, 게토 안에서 마요렉이 준비중이었던 무장봉기가 일어납니다. 하지만 채 한달도 안되어 무장봉기는 진압되고, 봉기를 일으킨 자들을 학살하는 모습을 창문으로 지켜보던 슈필만은 깊은 절망감에 빠집니다. 그렇게 또 시간은 흐르고 마렉은 슈필만을 찾아와 이곳에서 대피할 것을 전해줍니다. 무장투쟁 준비중인 마렉의 집에서 무기가 발견되었고, 이로인해 안제이는 독일군에 붙잡히고 마렉은 쫓기는 신세가 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더이상 갈 곳이 없던 슈필만은 이곳에 머무르기로 합니다. 그러나 식량이 다 떨어지고 평소 슈필만을 의심하던 옆집에게 유대인인 것이 들통나 결국 그곳을 도망쳐 나옵니다.
 그렇게 도망치던 슈필만은 불현듯 마렉이 전해주었던 쪽지를 생각해내고, 쪽지에 적힌 주소로 찾아간 곳에서 옛 연인 도로타를 만납니다. 마렉은 지케에비치라는 사람의 주소를 주었는데, 도로타는 그의 아내였습니다. 자카에비치는 슈필만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는데 건물 전방에는 독일 야전병원이, 옆에는 독일 경찰국 등이 있었습니다. 이는 등잔 밑이 어두울 것이라는 지키에비치의 생각이었습니다. 얼마 후 지키에비치는 앞으로 슈필만을 돌봐 줄 사람인 안텍을 소개합니다. 그리고 연합국과 러시아가 함께 독일을 공격하고 있다는 기쁜 소식도 전합니다. 슈필만은 안텍이 자신을 제대로 돌보지 않아 불만이었는데, 안텍은 식량을 살 돈이 없다는 핑계를 대자 자신의 시계를 내어줍니다.
 한참의 시간이 흐른 뒤 도로타와 지케이비차가 찾아와 발견한 모습은, 썩은 음식을 먹고 병에 걸린 슈필만이었습니다. 슈필만을 돌보던 안텍이 슈필만의 유명세를 이용해 전국에서 자금을 모아 도망쳤던 것이었습니다. 그렇게 그는 방치되어 병에 걸렸고, 도로타와 지케이비치 부부가 슈필만을 도와주게 됩니다. 다행히 슈필만은 회복을 하게 되었고 1944년 8월 1일이 됩니다. 슈필만의 은신처 인근에서 바르샤바 봉기로 인해 독일군과 저항군의 싸움이 일어납니다. 길어진 싸움에 슈필만의 은신처까지 공격을 받게 되고, 폭격과 독일군을 피해 도망치는 신세가 됩니다. 은신처 건너에 있던 야전병원으로 도망쳐온 슈필만은 이곳에서 잠시 지내게 됩니다. 바르샤바 봉기가 진압된 후 독일군은 도시에 불을 지르고, 슈필만은 이를피해 폐허가 된 게토로 다시 돌아옵니다.
 그는 빈집에서 먹을 것을 구하던 중 피클 통조림을 발견하고, 이를 먹기 위해 통조림을 열던 중 독일군 장교 호젠펠트를 만나게 됩니다. 호젠펠트는 슈펠만에게 이것저것 질문을 하던 중 그가 피아니스트였다는 것을 듣고 그를 어디론가 불러냅니다. 두려움에 떨며 슈펠만이 간 곳에는 피아노가 놓여있었고, 호젠펠트는 슈펠만에게 피아노를 칠것을 요구합니다. 죽음의 두려움과 인간의 본성만 남아있던 슈펠만은 피아노 앞에 앉아 곧 연주를 시작합니다. 연주가 끝난 뒤 호젠펠트는 슈펠만을 두고 떠났고, 그날 이후 호젠펠트는 슈펠만에게 지속적으로 먹을 것을 가져다 줍니다.
 시간이 흐른 뒤 독일군은 러시아군에게 패배하며 바르샤바에서 철수를 하게 됩니다. 철수 전 호젠펠트는 마지막 식량을 건네며 현재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고 슈펠만의 이름을 물은 후 떠납니다. 폴란드군이 바르샤바를 탈환하고 슈필만은 그곳에서 구조됩니다.


2. 영화 <피아니스트> 정보

 영화 <피아니스트>는 독일, 영국, 폴란드, 프랑스의 합작 영화로 다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쓴 명작이며 제 2차 세계 대전이라는 전쟁 속에서 유린당하고 참혹하게 학살된 유대인의 모습들을 실화를 바탕으로 그려내 가슴이 아픈 영화입니다. 국내에서는 2003년도에 개봉하여 꽤 오래된 작품이고 2시간 30분이라는 긴 러닝 타임을 가지고 있지만 충분한 재미와 여운을 가질 수 있는 영화입니다.

 

3. <피아니스트>속 아름다운 연주곡들

 쇼팽 녹턴 20번 C# 단조의 선율로 영화는 시작됩니다. 녹턴은 밤의 적막함을 묘사하는 곡의 장르인데, 이 곡은 쇼팽이 20대에 쓴 곡이지만 사후에 출판되어 알려졌습니다. 곡은 단조인 제 1주제를 지나 장조인 제 2주제로 향합니다. 장조로 전환되는 그 순간 세계 2차대전의 신호탄이 된 독일의 폴란드 침공이 발발되며 큰 포격소리가 울립니다. 악보에 적혀있는 지시어는 ‘소토보체’ , 속삭이는 듯한 목소리로 연주하라는 뜻입니다. 이를 비웃기나 하듯 화마는 방송국을 덮칩니다. 폴란드에게 장조의 선율은 없었던 것일까? 라는 물음이 담겨 있습니다.
 시간이 훌쩍 지난 겨울 자고있던 슈필만의 귀에, 옆집에서 피아노를 치는 소리가 들립니다. 옆집에서 들리던 피아노 연주는 폴란드에서 가장 유명한 연예인 ‘유지니우스 보도’가 부른 ‘그녀와 9시에 약속을 잡았다네’ 입니다. 그가 게토의 식당에서 피아니스트로 일할 당시 쳤던 곡이기도 합니다. 음악을 듣다가, 음식을 먹기위해 접시를 찾다 깨뜨려 버린 슈필만은 옆집 사람에 의해 또다시 도망치게 됩니다.
 도로타의 집으로 도망쳐 소파에서 잠을 자다, 첼로소리에 잠을 깬 슈필만의 장면에서 첼리스트인 그녀가 연주하던 곡은 바흐의 무반주 첼로연습곡 1번 G장조 입니다. 바흐 시대의 첼로는 주로 저음을 맡는 반주용 악기였는데 바흐는 그러한 통념을 깨고 첼로를 위한 독주곡을 만들었습니다. 보통 독주곡에는 피아노 반주가 깔리기 마련인데, 이 곡은 반주없이 오직 첼로만이 나옵니다. 언젠가 피아노와 첼로 협주를 하자던 슈필만은 쓸쓸한 알 수 없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봅니다.
 도로타 부부가 마련해준 도피처에 마련된 피아노를 치는 슈필만이 처음 친 곡은 화려한 대 폴로네이즈 Eb장조 입니다. 영화에 쓰인 쇼팽의 곡 중 유일한 장조 조성의 곡입니다. 폴로네이즈란 폴란드의 민속 춤곡을 가리킵니다.
폐허가 되어버린 옛 거처 케토로 돌아온 슈필만이 어디선가 들리는 피아노소리를 듣습니다. 곡은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14번 C#단조 1익장입니다. 월광 소나타로 잘 알려진 곡입니다. 밤을 주제로 삼은 두 곡, 쇼팽의 녹턴 C#단조와 베토벤의 월광 C#단조의 대조를 통해 감독은 어떤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독일장교가 슈필만을 데려간 곳에 있었던 피아노로 슈필만이 친 연주곡은 쇼팽 발라드 1번 G단조 입니다. 두 사람은 국경을 뛰어넘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음악 앞에 섭니다. 발라드 1번은 쇼팽이 폴란드의 민족시인 아담 미츠키에비치의 ‘콘라트 발렌로트’에 영향을 받아 작곡한 곡입니다. ‘콘라트 발렌로트’는 리투아니아의 소년 발렌로트가 독일 기사단에 복수하는 내용이 담긴 서사시 인데, 폴란드의 민족정신과 비극성을 잘 표현해주는 작품입니다.

 실제로 쇼팽 시대의 폴란드-리투아니아는 프로이센, 러시아, 오스트리아에 의해 갈갈이 찢겼고 쇼팽이 스무살이 되던 해 1830년에 폴란드에서는 러시아에 대항하는 바르샤바 봉기가 일어났습니다. 그러나 봉기는 실패로 돌아갔곡 쇼팽은 ‘하느님, 당신은 러시아인입니까?’ 하고 부르짖었다고 합니다. 그때부터 쇼팽은 발라드 작곡에 착수하여 5년 후에 완성합니다. 슈필만 시대에는 나치 독일과 소비에트 연방이 폴란드를 갈라먹었으니 쇼팽과 슈필만은 어쩌면 시대를 뛰어넘는 끈으로 이어져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슈필만은 자서전에서 이 상황을 이렇게 술회했습니다. ‘방에 들어가자 벽 가에 피아노 한대가 놓여있었다. 건반에 손가락을 대는 순간 손가락들이 경련을 일으켰다. 나는 2년 반 동안이나 연주를 하지 못했다. 내 손가락들은 뻣뻣하고 켜켜이 쌓인 때로 뒤덮여 있었으며 손톱도 깎지 못했다. 제대로 조율도 되지 않은 피아노 줄들의 탁한 울림이 우울한 멜로디가 되어 돌아왔다.’ . 실제로 슈필만은 녹턴 20번을 쳤다고 말합니다.
 1주제를 지나 경과구로 도입하는 음악, 경과구가 지나면 장조인 2주제가 등장하는데 영화의 발라드 1번은 장조 주제를 생략하고 바로 코다로 넘어갑니다. 폴란스키 감독은 의도적으로 녹턴 20번과 발라드 1번의 장조 주제를 생략했는데 쇼팽이 적은 2주제의 지시어 ‘소토보체’의 장조 멜로디를 생략하고 격정적인 코다로 넘어가는 것은 단조의 배경이 짙게 깔린 영화의 모습을 단적으로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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