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영화 '왕의 남자' 포스터

 

 

 

1. 영화 <왕의 남자> 간단한 정보

 연산이 왕이었던 시절, 여자보다 더 여자 같던 광대 '공길'과 당시 최고의 광대 '장생'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를 다룬 대한민국의 역대 천만 영화 <왕의 남자> 입니다. 영화 <왕의 남자>는 아마 한국인이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작품일 것입니다. 연산군의 이야기를 다룬 김태웅의 희극 <이(爾)>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천만이 넘는 관객이 본 만큼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는데, '무명배우였던 '이준기'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작품' , '가장 한국적이었던 영화' , '몇 안되는 한국의 마스터피스'등이 있습니다. 

 감독 '이준익'을 한국인의 뇌리에 콱 박히게 했던 작품이며,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와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세번째로 천만관객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왕의 남자>를 볼때마다 공감되는 인물이 다르다는 것은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장생과 공길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 (줄거리/스포포함)

 사실 영화 <왕의 남자>는 논란이 많은 영화입니다. 장생과 공길의 이야기, 즉 동성애가 주제인가 혹은 비운의 군주, 연산의 비극이 주제인가를 두고 많은 관객들의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연산이라는 인물의 비극이 와닿지만, 반복해서 볼수록 장생과 공길의 절절한 이야기에 매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장생은 영화 내내 공길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영화 초반, 공길이 희롱을 당하려하자 천민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해 하늘같은 양반에게 도전을 합니다. 실제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후 자신의 생계였던 남사당패를 떠나 공길과의 미래를 위해 한양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주저없이 떠나는 모습에서 장생의 능동적이고 솔직한 면모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길은 굉장히 수동적인 인물입니다.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외모 때문에 권력자들에게 몸을 팔아야하는 현실에 대해 저항하지 않습니다. 공길의 수동성은 장생을 대할 때도 적용되는데, 장생을 형이나 동료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않는 내향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두사람의 차이는 장생과 공길이 궁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며 문제가 됩니다. 양반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왕 '연산' 또한 공길을 몰래 부르게 되었고 장생은 왕을 질투하기 시작합니다. 천한 광대의 신분이었던 장생의 질투는 결국 왕이 아닌 공길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둘은 전례없는 갈등을 겪습니다. 아마 궁이라는 공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연산이라는 높은 벽을 만나지 않았다면 둘의 이러한 갈등은 쉽게 해결되었을 것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공길의 불안감을 풀어주기 위해 장생이 장님놀이를 했던것 처럼 쉽게 말입니다.

 뒤이어 궁에서 동료 육갑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장생과 공길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그토록 마음을 표현했지만 자신이 아닌, 왕의 아픔에 공감하고 궁에 남고자 하는 공길에 대한 배신감으로 장생은 궁을 떠나려 합니다. 갈등하는 두사람 앞에, 공길을 질투해 녹수가 판 함정에 빠지게 되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장생은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 씁니다.

 이 일로 옥에 갇혔던 장생은 처선에 의해 옥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공길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왕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왕 앞에서 줄타기를 하며 왕과 공길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폭로하게 됩니다. 그 일로 장생은 결국 눈을 잃게 됩니다. 이 때 장생이 본인은 더이상 잃을것이 없다는 대사를 하는데, 여기서 이미 잃은것은 아마 공길에 대한 사랑일 것입니다. 남사당패를 탈출한 이유, 그토록 광대로서 성공하고 싶었던 이유 모두 공길이었지만 공길의 시선은 왕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인물이고 왕 앞에서 용감할 수 있었습니다.

 용기의 대가로 장생은 눈을 잃었고, 공길은 감옥에서 장생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제서야 공길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집니다. 영화의 결말부,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탄하는 장생에게 공길이 간접적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 훔쳐가는걸 못보고" 라는 장생의 대사에서 잡놈은 연산이고 그놈은 공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장생을 향한 공길의 대사인 "야 이 잡놈아!" 라는 대사로, 공길의 마음을 훔쳐간 잡놈은 다름아닌 장생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공길은 장생이 타는 줄 위로 올라가 줄을 튕김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이후 두사람은 함께 한 줄을 타게 됩니다. 줄타기는 원래 한 줄에 한 사람이 타는 것인데 둘이 탄다는 것은 자살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광대가 되고 싶다던 그들의 대사와 광대에게는 생명인 부채를 던지는 장생의 행동을 통해 우리는 두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의 엔딩에서 주인공들의 대사인 "나 여기있고 너는 여기없지" 를 통해 저승과 이승을 나누는데 이를 통해 공길과 장생의 죽음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 <왕의 남자>는 감정에 솔직한 인물과 그렇지 못했던 두 인물 사이의 절절한 줄다리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여타 인물과 달리 공길의 감정과 행동동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공길이라는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던 원작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으로 뽑을 수 있습니다.

 

 

3. 어리고 여렸던 군주 '연산'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 말고도 관객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바로 조선의 10대 왕이었던 연산이라는 캐릭터 입니다. 원작인 극 <이(爾)>도 그렇고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도 그렇고 결국 두 작품의 핵심이 되는 인물은 연산입니다. 보통 연산군하면 각종 폭정과 향락에 빠져 종내에는 중종반정으로 몰려난 폭군으로 기억을 할텐데, 영화 <왕의 남자>는 이러한 보편적 인식을 뛰어넘어 연산의 인간적인 측면에 주목한 영화입니다.

 연산은 조선의 법제를 완성한 성종의 아들입니다. 조선 건국 초기 성리학적 질서를 바탕으로 국가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했고, 이에 성종의 아들인 연산에게는 각종 제도와 규율에 맞는 모범적인 삶이 강요되었습니다. 즉, 궁에서 그의 일평생은 늘 아버지인 성종과 비교 대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 폐비 윤씨는 연산군 나이 7세에 사약을 받고 죽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강요받은 각종 제도와 규율, 친어머니 없이 커야했던 현실, 이는 연산이라는 한사람에게는 분명 큰 슬픔이었을 것입니다.

 극 중 연산이 조선의 왕들이 일반적으로 입는 빨간 곤룡포가 아닌 시퍼런 곤룡포를 입는 설정은 차가운 이미지로 하여금 그의 우울함과 슬픔을 대변한 연출일 것입니다.이어 영화 내내 마음속 상처로 인한 결핍을 채우려는 연산의 다양한 행동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연상의 여인 녹수와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것과, 성리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왕으로서의 삶을 강요받는 자신과는 달리 무대 위에서 왕도 되고 여자도 되는 자유로운 광대들을 부러워하며 그들과 함께 무대를 즐기는 장면입니다. 

 이후 공길에게 마음을 주고 그를 소유하려 했지만 공길이 자살시도를 하며 자신에게 등을 돌리자 마치 어린아이가 망가진 장난감을 버리고 새로운 장난감을 찾듯 다시 녹수에게 걸어가는 모습은 그의 심리적 공허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일생을 억압적이고 불안하게 살아야했던 그에게는 항상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폭정, 향락, 사치 등 비정상적인 방식이 그것이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받은적이 없기에 원초적인 쾌락만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던 어리고 여렸던 왕, 연산의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주변에 진정으로 연산을 챙겨줬던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는 달랐을 것입니다. 빡빡한 신하들, 권위를 위해 자신을 이용하는 녹수,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도 모른척 했던 궁실 가족들,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처선, 그리고 결국 자신을 버린 공길까지, 동성애와 더불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주목해야할 부분이 바로 연산이라는 군주의 쓸쓸함 일것입니다. 

반응형
반응형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1.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줄거리

 주인공 세연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엄마'입니다. 남편인 '진봉'을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 결혼한 후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헌신해온 사람, 한 사람의 여자이기보다는 '엄마'로 기억되는 사람, 손에는 물이 마를날이 없고 남편 챙기랴 아이들을 챙기랴 정신없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질병이 찾아온 것입니다. '폐암 말기' , 그녀의 삶이 끝나기 까지 남은 시간은 2개월이 고작이었고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시간은 멈췄지만 자신의 암 소식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봉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이들을 먼저 걱정하면서 세연에게 동정조차 사치라는 식의 태도를 취합니다. 이에 참다참다 폭발한 세연은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폭탄발언을 합니다. 만약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혼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말입니다. 이렇게 영화의 초반부 흐름은 충격과 비애가 흐릅니다.

 엄마를 쳐다도 보지 않는 아들, 그리고 방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사는 딸, 지지리 말도 안듣는 '진봉'. 그나마 남편이 운전을 해주는 덕에 세연은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첫사랑의 소식을 듣고 이야기는 과거 회상으로 향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방송반 동아리 활동으로 만난 첫사랑 정우의 이야기 입니다. 세연은 정우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두사람은 이문세의 '별밤'을 보러 서울까지 가면서 가까워 집니다.

 이후 세연의 모험은 정우를 찾는 여정으로 연출됩니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았고 진봉은 어쩐지 그 사실에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부산으로, 다시 섬으로 향한 세연은 진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그리고 편지를 준것도 자신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정우를 오해하고, 오히려 친구인 현정이 이간질을 했다고 생각한 세연은 사실 정우가 좋아했던 것은 세연이 아니라 현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세연과 진봉이 함께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목포든 어디든 진봉과 세연이 같이 다니는데, 어디를 가더라도 두사람이 함께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둘이 신혼여행을 갔던 추억이 있고, 세연이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되면서 처음으로 만난 진봉의 스토리는 절절합니다. 세연이 고등학교때 오해했던 첫사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절실하게 세연을 원했던 사람은 진봉이었습니다. 세연도 진봉에게 사랑을 느꼈고 영화는 두사람의 사랑을 무한 긍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2. 뮤지컬의 힘이 더해져 감동적인 영화

 영화의 초반에서 엄정화 배우가 노래를 시작하는 장면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과, 이 영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갈리는 장면입니다. 염정화의 노래에 공감해서 울컥 감정이 나오는 부류의 사람이 있고, 감정이 잘 동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전자의 관객들에게 <인생은 아름다워>는 영화 끝까지 같은 종류의 감동과 웃음을 선물합니다. 하지만 후자의 사람들에게는 식상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한편 있을 뿐입니다.

 뮤지컬의 힘은 대단합니다. 음악과 춤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과정을, 영화는 뮤지컬의 판타지와 현실의 교차로 설명합니다.예를 들어 세연과 진봉이, 세연이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이자 첫사랑과 처음 만났던 목포로 방향을 잡고 출발하는 순간 세연의 들뜬 마음이 노래와 춤으로 표현됩니다. 첫 휴게소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이 장면에서는 세연의 감정과 기분 뿐만아니라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 휴게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뮤지컬 답게 함축해서 보여줍니다. 현실의 지루한 부분을 잘라내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면, 뮤지컬은 그 현실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핵심만 쏙쏙 뽑아 과장해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 환상과 이야기의 결합이 펼쳐지는 것이 초반 뮤지컬 장면의 힘입니다.

 

 

3.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쥬크박스 뮤지컬영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원래 2020년 연말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밀리게 되면서 2년만에 상영하게 된 영화입니다.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적 특징도 가지고 있지만 과거의 향수를 불러온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작품입니다. 서울극장과 이문세의 별밤을 듣고 자랐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에 큰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영화 '유령' 포스터

 

 

1. 영화 <유령> 줄거리

  영화 <유령>은 유령처럼 스산했던 시대, 일제강점기의 경성에서 시작됩니다. 차기 총독이 경성에 온다는 소식에 분주해진 이곳. 한때 군인에서 통신과 감독관으로 좌천이 된 '무라야마 쥰지'가 위에서 내려온 공문에 결제를 내리면 조선 제일의 두뇌력으로 모든 암호체계를 꿰뚫고 있는 통신과 계장 '천은호'가 암호화 공문을 해독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그 암호의 내용을 문서화 해 조선총독부 내에 전달하는 것이 기록담당원 '차경'의 일이었습니다. 일개 월급직원에 불과해 보이는 그녀는 사실 경성 최고의 재력가 집안의 딸로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에도 일하기를 고집하는 인물입니다.

 어느날 새로 부임온 총독을 위한 연회가 열렸던 날, 정무 총감의 비서 자격으로 자리에 함께 한 여인 '유리코'가 대낮에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인 '총독암살시도'의 첫 목격자가 됩니다. 모두가 혼돈에 휩싸인 틈바구니에서 현장을 빠져나가는 암살단원을, 총독을 호위하던 군인들이 사냥개처럼 뒤쫓아보지만 단서하나 얻지 못한채 그대로 놓치고 맙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곧바로 진행된 집중 수사의 대상은 총독부 내부였습니다. 연회와 관련된 정보는 철저한 기밀유지에 따라 암호화 되어 외부인이 알아낼 확률은 희박했기 때문입니다. 

 본부 내 기록을 담당했던 여자를 포함하여 벼랑 끝 외딴 호텔로 소환된 유력한 용의자 후보들은 총독부 통신과 감독인 '무라야마 쥰지' , 암호문의 해독을 담당하던 '천은호' , 암호문 기록을 담당하는 '차경' , 정무 총감의 비서였던 '유리코' , 통신과 직원 '백호' 였습니다. 

 그들을 한자리에 불러낸 이는 수사의 지휘를 맡은 경호대장이었습니다.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들의 밀지에서 발견된 내용은 총독부 내 또다른 기밀정보였던 '조선총독 취임식에서 신임 총독을 제거하라' 였습니다. 취임식에 대해서 아는것은 오직 이들뿐이니 스스로를 증명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것이라고 경호대장은 말합니다. 밀실이나 다름없는 이 호텔 안에서 밀정의 정체가 밝혀지는것은 시간문제라는것이 경호대장의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뿐, 반드시 살아나가 동지들을 구하고 신임 총독을 제거해야만 하는 스파이 '유령'과 무사히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들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에 맞섰던 뜨거운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2. 호불호가 크게 나뉘는 영화(스포포함)

 영화 <유령>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반부의 특징은 적은 대사를 통해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연출은 과거 2000년대 중후반 당시 학생 단편 영화계에서 유행하던 트렌드였습니다. 최대한 대화를 적게 사용해서 보이는것 만으로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후반부가 시작되는 지점은 바로 진짜 유령이 밝혀지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전반부가 진행되는 동안 영화는 진짜 유령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시작을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 숨겨진 누군가가 또 있었던 것이 문제입니다. 또 한명의 '유령'은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나타나는 바퀴벌레 같은 존재의 '유령' 혹은 '흑색단'과 같은 조직이 있었다 라는 영화의 의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끝까지 저항하며 싸운 그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감정적인 호소를 하기에 또 다른 사람이 '흑색단'이었다 라는것이 밝혀지는 장면은 상당히 맥락없게 느껴졌다는 관객평이 있습니다. 거기에 그녀가 흑색단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영화 전반부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요소들이 쓸모없이 버려진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합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지 못한 이유중 큰 이유는 바로 전개방식이 억지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까지 또다른 '유령'을 흑색단이라고 의심할만한 상황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영화 <유령>은 전반부에서 이미 유령의 존재를 알려주고 시작하기에 다른 존재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하다못해 흑색단이라는 단체 조차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의견입니다. 즉, 빌드업 없는 반전이라 개연성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분명 예고편에서는 추리물로 보이도록 홍보를 했지만, 사실상 영화가 시작되면 초반부터 누가 주요인물인지 알게 되고 전반부에 등장하는 여러 추리의 요소들이 후반부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어지면서 사실상 영화 두편을 보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럼에도, 베테랑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의 매력도가 컸고 감정선이 세세하게 느껴져서 재미있었다는 관객들의 의견또한 눈에 보입니다. 

 

 

3. 영화 <유령>을 둘러싼 논쟁

 요즘은 설날이나 추석에 문화생활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명절을 앞두고 기대작들이 줄지어 개봉을 하는 추세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한 작품 중 영화 <유령>은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습니다. <유령>은 1933년 경성에서 조선 총독부에 항일 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과 다른 용의자들이 외딴 호텔에서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작품입니다. 일제강점기와 스파이 소재때문에 영화 <암살>이나 <밀정>의 느낌도 나고 이해영 감독의 이전 작품인 <독전>느낌도 나는 영화라 대중들의 기대가 높았습니다. 이러한 <유령>이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동북쪽 변경 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들이 하는 역사 왜곡은 고구려, 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고 최근에는 우리의 것인 한복과 김치 등의 문화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SNS 뿐만 아니라 교묘하게 중국의 색을 입힌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의 역사를 침범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영화 <유령>도 중국색이 묻어있는 작품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영화 <유령>은 중국 소설의 작가이자 드라마 작가인 마이지아의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하고있는 작품입니다. 소설 풍성은 우리나라에 정식 출간되지 않았으나 2009년 중국에서 바람의 소리라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는 2013년에 개봉했었습니다. 바람의 소리는 1942년 일제 치하의 중국에서 일본의 하수인인 중국의 지도자들을 연이어 암살한 항일 운동의 수장인 '권총'이라는 인물을 잡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을 다룬 이야기 입니다.

 이런 중국의 이야기가 과거 우리나라의 상황과 충분히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항일운동을 펼쳐나간 역사가 있기에, 유령이라는 작품을 우리나라에 대입해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원래 중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중국의 색이 짙은게 아니냐' , '전파공정의 일환이 아니냐' , '항일운동 이야기를 꼭 중국산 원작을 사서 써야만 했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령의 연출을 맡은 이해영감독은 원작소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맞지만 추리물의 전형인 원작과는 달리 관객들을 다른 방식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작업했고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여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감독으로서 열심히 각색과 촬영을 했다고 하니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반응형
반응형

영화 '신과함께: 죄와벌' 포스터

 

1. <신과함께: 죄와 벌> 줄거리

 차사 해원맥, 덕춘, 그리고 강령은 천년동안 49명의 망자를 환생 시키면 자신들 역시 환생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저승 세계에서 저승사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화재사고에서 아이를 구하고 죽음을 맞이한 소방관 김자홍이 그들의 48번째 기인이 됩니다. 49일동안 7개의 재판을 거쳐 관문을 통과하기 위해 차사가 김자홍의 변호와 경호를 맡으면서 펼쳐지는 이야기, <신과함께: 죄와 벌> 입니다.

2. 영화 <신과함께: 죄와 벌> 비하인드 스토리

 <신과함께: 죄와 벌>은 원작자 주호민의 웹툰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이며, 이렇게 웹툰을 원작으로 제작한 영화 중 최고의 흥행기록을 달성한 영화입니다. <신과함께: 죄와 벌>은 국내에서 역대 흥행기록 3위, 후속작인 <신과함께: 인과 연>은 13위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영화 사상 최초로 1편과 2편을 동시에 촬영했습니다. 촬영기간만 무려 11개월이 걸렸습니다. 1편과 2편은 각각 천만관객을 돌파하면서 이 또한 한국영화 사상 최초의 쌍천만 시리즈 영화로 기록되었습니다.
 6년동안 시나리오 탈고만 30번이 넘게 되었고, 연출은 김용화 감독에게 처음 제의가 들어갔지만 김용화 감독은 자신이 없다고 하자 <만추>의 감독 김태용에게 넘어가면서 화제가 되었습니다. 하지만 김태용 감독이 각본을 쓴 ‘신과 함께’는 원작의 캐릭터가 단 한명도 등장하지 않을 정도로 차이가 나면서 2014년 5월, 김용화 감독에게 다시 제안을 했고, 특수효과에 대한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연구를 한 김용화 감독은 이 영화를 기술적으로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에 대해 자신이 있었기 때문에 고민끝에 연출을 맡게 되었습니다. 7개의 지옥을 연출하기 위해 비주얼 컨셉만 100장이 넘었고, 스케치한 그림만 1000장이 넘었다고 합니다.
 긴 백발 헤어 스타일에 염라대왕으로 등장하면서 동료 배우들에게 염라언니라는 별칭을 얻었던 이정재는 사실 우정출연으로 섭외됐습니다. 가벼운 발걸음으로 촬영하러 갔다가, 분장 테스트만 3일이 걸렸고 100회차 촬영 중 30회 이상을 촬영하면서 주연배우 못지 않은 존재감을 보여주었습니다. 이렇게 까지 열심히 촬영한 이정재의 출연료는 우정 출연료 기준으로 정산했다고 인터뷰에서 밝혔습니다. 심지어 홍보 일정에도 모두 참여했습니다.
 원작에서는 차사와 변호사가 따로 구분되어 있지만 영화에서는 한사람이 두가지 역할을 맡았습니다. 원작에서 진기한은 저승의 국선 변호사로 등장하지만 아쉽게도 영화에서는 나오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신과함께: 인과 연> 마지막 장면에서 염라대왕이 김수홍을향해 진기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는 대사와 함께, 영화 설정상 김수홍은 사법시험 1차를 합격한 사시생이기도 함으로써 후속작에서 김수홍이 진기한 역할로 나오는게 아닌가 라는 말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영화 <신과함께>는 비현실적인 장면들을 표현하기 위해 극히 일부분만 제외하고 대부분이 CG를 사용해 연출되었습니다. 때문에 블루스크린이 설치된 실내에서만 촬영을 하다보니 차태현이나 하정우같은 배테랑 배우들도 허공해 연기하느라 애를 먹었다고 인터뷰에서 전했습니다.
 김용화 감독은 영화 <미스터 고>를 실패한 후, 하정우가 집에 찾아와서 이제 동물영화는 그만하라며 ‘다음 영화는 무조건 같이 할테니 원하는 배역이 있으면 알려달라’고 얘기했다고 합니다. 김용화 감독은 하정우에게 <신과 함께>를 제안했고 ‘귀신 연기라도 할테니 대본을 보내달라’는 말과 동시에 흔쾌히 수락하며, 대본을 다 읽은 후 ‘그러면 저는 강림이네요’ 라는 말과 함께 감독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캐릭터를 본인이 직접 선택했다고 합니다.


3. <신과함께: 죄와 벌>에서 볼 수 있었던 7개의 지옥(스포포함)

 영화 <신과함께: 죄와 벌>에서는 주연급 배우들이 7개의 지옥에서 대왕을 연기하며 특별출연으로 합류했습니다.
첫번째 살인지옥에서는 직접 살인을 포함해 간접살인, 살인미수 등의 죄를 심판받게 됩니다. 김자홍 같은 경우는 구조 작업을 하던 동료 소방관을 구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심판을 받게 되는데, 수많은 사람을 구하고도 한 사람을 구하지 못해 살인죄가 되는 것은 억울하다는 말과 함께,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변성대왕을 설득시켜 결국 무사히 통과하게 됩니다. 살인지옥의 변성대왕 역할을 맡은 배우는 드라마 <시그널>에서 명연기를 보여주었던  정해균 배우입니다.
 두번째 나태지옥은 말 그대로 나태하게 살거나 시간을 헛되이 한 삶을 산 죄를 심판합니다. 나태함이란 찾아볼 수 없었던 자홍인 덕에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지만, 대왕에게 말대꾸를 하면서 바로 지옥행으로 떨어질 뻔 하기도 합니다. 나태지옥 초강대왕을 연기한 배우는 김해숙 배우입니다.
 세번째는 거짓지옥으로 생전에 저지른 거짓을 심판합니다. 거짓지옥의 태사내왕역을 맡은 김수안 배우는 <부산행> , <군함도> 등에 출연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한 아역배우입니다.
네번째는 불의지옥으로 자신의 욕망이나 이익을 위해 사실을 은폐한 죄를 심판합니다. 김자홍은 해당사항이 없어 재판없이 통과하면서 불의지옥 오관대왕 역할을 맡은 배우 이경영이 모든 대왕중 가장 짧은 스크린 타임과, 수염으로 얼굴의 반을 덮어버린 분장 탓에 가장 알아보기 힘들었던 것 같습니다.
 다섯번째는 배신지옥으로, 생전에 이기적인 의도로 배신한 죄를 심판합니다. 원작과는 다르게 송제대왕은 눈부시게 아름다운 분이라고 설명됩니다. 송제대왕 역할을 맡은 배우 김하늘은 편집과정중 많은 부분이 날아가면서 약 10초정도밖에 나오지 않아 오관대왕 못지않게 김하늘이 출연했다는 사실조차 인지못한 관객이 많습니다.
 여섯번째는 폭력지옥으로 사소한 싸움을 제외한 일방적이고 가혹한 폭력을 심판받습니다. 동생을 심하게 구타한 장면이 나오며 유죄판결을 받는 듯 했지만 이번에도 강림의 언변으로 처벌을 피하게 됩니다. 폭력지옥의 진광대왕을 연기한 배우는 성우겸 배우 장광입니다.
거의 모든 관객을 눈물바다로 만들어버렸던 일곱번째이자 마지막 지옥인 천륜지옥은 말 그대로 부모 형제 사이에서 마땅히 지켜야 할 도리를 다하지 못한 자들을 심판합니다. 다른 지옥과는 달리 유죄판결시에는 어떤 형벌을 받는지 나와있지 않았지만 이정재가 연기한 염라대왕이 직접 재판하는 곳입니다.
 이렇게 일곱개의 지옥에서 재판을 받아야하며 천년에 50명이 채 되지 않는 귀인 김자홍 조차도 지옥을 면하기 위해 많은 고생을 하게 됩니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