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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포스터

 

 

1.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 줄거리

 주인공 세연은 평범하다면 평범한 '엄마'입니다. 남편인 '진봉'을 사랑해서 결혼한 사람, 결혼한 후에는 가족을 위해 자신을 헌신해온 사람, 한 사람의 여자이기보다는 '엄마'로 기억되는 사람, 손에는 물이 마를날이 없고 남편 챙기랴 아이들을 챙기랴 정신없는 일상을 살아갑니다. 하지만 그녀의 행복은 길지 않았습니다. 그녀에게 청천벽력 같은 질병이 찾아온 것입니다. '폐암 말기' , 그녀의 삶이 끝나기 까지 남은 시간은 2개월이 고작이었고 남은 시간은 많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시간은 멈췄지만 자신의 암 소식을 알리는 것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그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봉은 이야기를 듣자마자 아이들을 먼저 걱정하면서 세연에게 동정조차 사치라는 식의 태도를 취합니다. 이에 참다참다 폭발한 세연은 '첫사랑을 만나고 싶다'는 폭탄발언을 합니다. 만약 들어주지 않는다면 이혼하겠다는 협박과 함께 말입니다. 이렇게 영화의 초반부 흐름은 충격과 비애가 흐릅니다.

 엄마를 쳐다도 보지 않는 아들, 그리고 방에서 문을 걸어잠그고 사는 딸, 지지리 말도 안듣는 '진봉'. 그나마 남편이 운전을 해주는 덕에 세연은 자신이 다니던 고등학교를 찾아갑니다. 그곳에서 첫사랑의 소식을 듣고 이야기는 과거 회상으로 향합니다. 고등학교 시절 방송반 동아리 활동으로 만난 첫사랑 정우의 이야기 입니다. 세연은 정우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고 두사람은 이문세의 '별밤'을 보러 서울까지 가면서 가까워 집니다.

 이후 세연의 모험은 정우를 찾는 여정으로 연출됩니다. 고등학교에서는 학생의 개인정보를 알려주지 않았고 진봉은 어쩐지 그 사실에 신이 났습니다. 하지만 부산으로, 다시 섬으로 향한 세연은 진실을 알게 됩니다. 자신을 사랑한다고 생각했던, 그리고 편지를 준것도 자신을 위한 것이라 생각하고 정우를 오해하고, 오히려 친구인 현정이 이간질을 했다고 생각한 세연은 사실 정우가 좋아했던 것은 세연이 아니라 현정이었다는 사실을 알게됩니다.

 그렇게 이곳저곳을 다니며 세연과 진봉이 함께 지내던 시절의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목포든 어디든 진봉과 세연이 같이 다니는데, 어디를 가더라도 두사람이 함께했던 추억이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둘이 신혼여행을 갔던 추억이 있고, 세연이 대학시절을 떠올리게 되면서 처음으로 만난 진봉의 스토리는 절절합니다. 세연이 고등학교때 오해했던 첫사랑과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절실하게 세연을 원했던 사람은 진봉이었습니다. 세연도 진봉에게 사랑을 느꼈고 영화는 두사람의 사랑을 무한 긍정하면서 앞으로 나아갑니다.

 

 

2. 뮤지컬의 힘이 더해져 감동적인 영화

 영화의 초반에서 엄정화 배우가 노래를 시작하는 장면은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를 좋아할 수 있는 사람과, 이 영화에 공감하지 못하는 사람이 갈리는 장면입니다. 염정화의 노래에 공감해서 울컥 감정이 나오는 부류의 사람이 있고, 감정이 잘 동하지 않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전자의 관객들에게 <인생은 아름다워>는 영화 끝까지 같은 종류의 감동과 웃음을 선물합니다. 하지만 후자의 사람들에게는 식상하고 평범한 이야기가 한편 있을 뿐입니다.

 뮤지컬의 힘은 대단합니다. 음악과 춤을 통해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이 과정을, 영화는 뮤지컬의 판타지와 현실의 교차로 설명합니다.예를 들어 세연과 진봉이, 세연이 어렸을 때 살았던 동네이자 첫사랑과 처음 만났던 목포로 방향을 잡고 출발하는 순간 세연의 들뜬 마음이 노래와 춤으로 표현됩니다. 첫 휴게소 장면으로 이어지는데 이 장면에서는 세연의 감정과 기분 뿐만아니라 이 영화가 전하려는 메시지, 휴게소의 다양한 인간 군상을 뮤지컬 답게 함축해서 보여줍니다. 현실의 지루한 부분을 잘라내고 영화를 만드는 것이라면, 뮤지컬은 그 현실에서 보여주고 싶은 것들을 핵심만 쏙쏙 뽑아 과장해서 보여주는 방식을 택합니다. 그 환상과 이야기의 결합이 펼쳐지는 것이 초반 뮤지컬 장면의 힘입니다.

 

 

3.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쥬크박스 뮤지컬영화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는 원래 2020년 연말에 개봉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때문에 개봉이 밀리게 되면서 2년만에 상영하게 된 영화입니다. 뮤지컬 영화라는 장르적 특징도 가지고 있지만 과거의 향수를 불러온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인 작품입니다. 서울극장과 이문세의 별밤을 듣고 자랐던 관객들이라면 이 영화에 큰 공감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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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엑시트' 포스터

 

 

1. 영화 <엑시트> 줄거리

 용남은 어머니의 칠순잔치를 일부러 의주가 열고있는 구름정원에서 진행합니다. 예상대로 의주를 만난 용남은 의주에게 거짓말로 취업을 했다고 말합니다. 물론 의주는 친구에게 전화해 용남의 상태를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습니다. 잔치가 흥겨워질때 다짜고짜 재난이 시작됩니다. 특허권을 빼앗긴 바이오 기업 소속 연구원이 앙심을 품고 자살 테러를 벌인것입니다. 테러에 이용된 것은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만드는 유독가스 입니다. 이 사람은 이 유독가스를 탱크로리에 가득 싣고 와서 '안길' 그러니까 현실로 치면 강남 한복판에 풀어버린 것입니다.

 일단 이 가스는 마시는 것만으로도 호흡을 하지 못하게 되고, 피부에 닿으면 화상을 입게 됩니다. 이 가스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고 대기를 부유하며 오랜시간 퍼져나가게 됩니다.

 이에 <엑시트>는 딱 한가지에만 집중합니다. 바로 '생존투쟁'입니다. 용남과 의주는 구름정원에 갇힌 가족들을 구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되고, 이들은 모두 합리적인 선택을 합니다. 일단 옥상으로 대피해 헬기 구조를 기다린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마침 옥상문은 잠겨있었고 밖에서 여는 방법밖에 없습니다. 옥상열쇠는 1층에 있어 찾으러 갈 수 없었고, 가스는 계속 위로 올라오려고 하고 있었기에 용남은 클라이밍으로 옥상에 올라가려는 시도를 하게 됩니다. 용남의 영웅적인 행동으로 옥상 문은 열리게 됩니다.

 문제는 이 두 주인공을 바라보는 주위의 시선입니다. 용남을 바라보는 용남의 가족들은 용남에게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았습니다. 의주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하지만 이 두사람은 절체절명의 순간에 자신이 해야할 일을 피하지 않습니다. 약하고 어설프지만 다른사람을 위해 나설 줄 아는 영웅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용남과 의주는 가족들을 헬기에 태우고 자신들은 남습니다. 이제 영화는 두사람에게 집중해 두 청춘이 살기 위해서 달리는 장면이 계속해서 이어집니다. 끝까지 달려나간 두 사람은 서로를 의지하며 가장 높은 크레인까지 도달합니다. 마지막 순간 "제발 우리를 좀 봐줘!" 라는 조정석의 외침이 애처롭게 느껴지는 것은, 여전히 사고 현장에서 살아가면서도 아무도 봐주지 않는 버려진 청년 세대의 외침처럼 다가왔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2. 영화 <엑시트>가 흥행할 수 있었던 이유

 영화 <엑시트>는 기존의 한국 재난영화와 다르게 과잉된 연기를 하는 장면을 배제하여 억지웃음 요소가 없습니다. 또한 한국 오락영화에서 빠질 수 없는 '신파'의 요소가 없습니다. 대표적인 한국 재난영화로 손꼽히던 <해운대>가 보여준 웃음과 눈물로 범벅이 된 천만이라는 공식이 늘 통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반면 신파가 전면에 배치된 영화들은 이제 관객들의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인상을 줍니다.억지웃음도 신파도 없는 이 영화는 재난상황과 탈출이라는 작품의 상황에 진지하게 몰입합니다. 그 결과 놀랍게도 아주 영리하게 구성된 재난 영화 다운 재난 영화가 눈앞에 그려집니다.

 영화 <엑시트>를 보면서 받는 전반적인 인상은 '깔끔함'입니다. 한국형 재난 영화의 함정을 멋지게 격파하는 것에서 지나지 않고, 대부분의 불필요한 클리셰들도 파괴하고 있습니다. 항상 상황파악 못하고, 상황을 더 나쁘게만 만드는 이른바 '고구마' 캐릭터들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과 평면적이고 기능적인 악당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또 정부나 고위층, 혹은 대기업의 음모와 같은 음모론적 분위기에서도 탈피했습니다. 

 코미디 영화라는 장르에 있어, 웃음에 대한 타율은 낮은 아쉬운 점은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넘어서는 긴장감이 이 영화를 지배하고 있습니다. 한국 재난 영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또한 영화 자체에서 방독면 사용법, 살아님기 위해 고무 장갑을 끼고, 종량제 봉투를 몸에 두르는 합리적인 행동원리가 인상적인 영화입니다. 아마 한국 영화 중에서 가장 합리적으로, 그리고 가장 인상적으로 재난 상황에 대처법을 소개한 작품일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영화에 나오는 공간들이 우리의 삶에 굉장히 밀접한 곳들이라는 것도 인상적입니다. 삼겹살집, 헬스장, 보습학원, 그리고 주위에 펼쳐진 소품들에는 모두 뛰어난 아이디어가 스며들어 있습니다.

 

 

3. 청춘에게 삶은 재앙이다.(스포포함)

 우선 영화의 주인공 두 사람이 눈에 들어옵니다. 조정석이 연기한 용남은 취준생입니다. 가장 최근까지도 원서를 넣은 회사에서 탈락 메시지가 왔습니다. 영화는 용남의 처지를 아주 간단하게, 그리고 다양한 각도에서 보여줍니다. 우선 용남은 첫 장면에서 체력단련을 위해 철봉을 잡고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그 장소는 하필 동네 놀이터이고, 용남의 운동을 보는 것은 할머니들입니다. 그리고 조카와 조카 친구들이 용남을 보며 이상한 아저씨 취급을 합니다. 출근도 하지 않고 대낮에 철봉을 잡고 운동하고 있는 용남이 이 사회에서 어떻게 변두리인으로 취급되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이후 영화는 용남이 집에서 대우받는 현실, 용남이 과거 암벽등반을 하며 의주를 떠올리는 모습, 그리고 용남의 친구를 보여주며 용남의 캐릭터를 확실히 소개합니다.

 

 그리고 용남이 짝사랑하는 의주는 정의주라는 이름처럼 진취적이고 똑똑하고 눈치가 빠른 여성이지만 정작 하고있는 일은 구름정원의 부점장입니다. 말이 부점장이지 아르바이트나 다름없는 상황이라고 말하는 것으로 봐서는 비정규직인 것으로 보입니다. 게다가 의주는 점장으로부터 노골적인 대시를 당하고 있습니다. 말이 대시지 거의 지근덕 거리는 수준으로, 의주가 처한 일자리의 환경은 최악에 가깝습니다. 

 

  결국 지금의 청년들, 청춘들이 처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는 것입니다. 취업에 실패한 사람은 가족으로 부터, 사회로부터 철저하게 배제되고 그나마 아르바이트같은 일자리에서 일을 하는 청춘들은 그 젊음을 착취당하고 있는 것입니다. 의주같은 경우에는 성희롱에 가까운 상황도 감내하면서 버텨내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는 그러한 청년들의 현실을 재난으로 묘사하고 있습니다. 영화에서 스멀스멀 위로 올라오며 주인공 두사람을 위협하는 하얀 연기 '유독가스'는 방독면이 없으면 단 10초도 견디기 힘들고, 세상 그 누구도 도와주지 않으며 헬기 구조는 오지도 않는 현실을 대체적으로 보여줍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고 매 순간 세상은 위기로 청년들을 밀어 넣기만 합니다.

 '유독가스' 라는 존재는 이 영화가 은유하고 있는 이시대의 청춘들이 처한 재난과도 같은 현실을 보여주는 좋은 도구이기도 합니다. 실체가 보이지도 않고 막을수도 피할수도 없으며 숨통을 조여오는 청년들이 처한 이 위기를 명확하게 보여줍니다. 가스를 피해 자꾸만 높은 곳으로 올라가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도 애잔한 설정입니다.

  

 우리는 재난과도 같은 현실을 살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영화에서 재난 현장을 보도하고 살기 위해 달리는 주인공을 보며 날린 뉴스 앵커의 "사고 현장의 두분, 부디 힘내시길 바랍니다" 이 한마디가 심금을 울리는 것입니다. 무책임한 이야기지만 지금 청춘들에게 이 영화가 건낼 수 있는 것은 힘내라는 말밖에 없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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