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 시대의 전설이었던 '슬램덩크'의 추억
오래된 작품들이 다시 빛을 볼 때마다 '추억팔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케팅에 추억이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경제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지금의 30~40대들을 타겟으로 하는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이 어렸을때 즐겼던 것들,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혹은 주머니가 궁했기 때문에 선뜻 돈을 꺼내지 못해 지나가게 둘 수밖에 없었던 것들. 오래 되었기때문에 기억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덧칠한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얼마든지 지갑을 열 수 있는 것들을 다시 가공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추억팔이 마케팅이면서 동시에 고마운 선물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 즐기고 간직하고 싶어도, 돈을 쓰고 싶어도 쓸곳이 없는곳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추억팔이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바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입니다.
일본의 메이저 주간지 중에서 슈에이샤가 고단샤, 쇼카쿠칸과 차원이 다른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드래곤볼>과 <슬램덩크>의 덕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큐 점프'에서 <드래곤볼>, '소년 챔프'에서 <슬램덩크>가 사이좋게 나뉘어 연재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슈에이샤의 '점프'에서 두 작품이 동시에 연재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일본 만화의 힘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두 작품의 동시 연재는 다른 주간지로서는 극복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주간 만화잡지로 무려 635만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도 이 시기의 일입니다.
그리고 <슬램덩크>의 극장판이 마침내 20년의 시간을 훌쩍 넘겨서 나왔습니다. 이 작품의 등장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루머가 있었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고 우리 세대는 마치 추억을 보상받은 것 같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2. 성장, 투혼, 사랑 그리고 상실
'성장, 투혼, 사랑, 그리고 상실'. 청소년기에 사람들이 가지는 중요한 요소는 이런 것들일 것입니다. <슬램덩크>는 그 모든것이 담겨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뜨겁고 또 무엇보다도 쓸쓸한 작품입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송태섭'의 상실로 시작합니다. 아버지와의 이별, 그리고 이어진 형 '송준섭'과의 이별로 송태섭은 형의 꿈이었던 그리고 형과 너무나 즐거웠던 농구를 이어갑니다. 태섭의 어머니는 끊임없이 떠난 준섭을 떠올리게 하는 태섭의 농구가 견딜 수 없었지만 그래도 태섭을 핍박하지 않습니다. 모자의 이런 미묘한 관계는 계속 이어집니다.
태섭에게 형은 영웅이지만 한편으로 엄마가 늘 준섭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을 안고있기 때문에 태섭은 엄마에게 그 흔한 응석 한번 부리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태섭은 지금의 반항적이면서 시큰둥한 '마이페이스'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여전히 성장기 이지만 태섭의 서늘함에는 성장과정에서의 가정환경의 문제로 인한 쓸쓸함이 묻어있습니다.
3. 훌륭한 연출을 보여준 <더 퍼스트 슬램덩크>
눈에띄는 것은 역시 '비주얼', 연출의 변화입니다. 연출적으로 대단히 훌륭하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3D 모델링을 선택해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것은 지금의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약점도 있습니다. 3D 모델링을 선택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거니와 동시에 제작비와 시간을 아끼기 위한 지점도 있습니다. 3D 연출은 카메라의 배치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그리고 동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대신 3D 랜더링 작품의 경우 입의 움직임이나 표정 등이 자연스러워지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기도 합니다.
영화는 원작 만화가 지니고 있었던 '만화적인 표현'을 최대한 배제합니다. 예를 들자면 경기 도중에 나오는 내면표현, 마음의 소리들을 대부분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것은 '해설 장면'의 제외입니다. 북산 선수들의 상태, 산왕공고의 전력과 전술적 변화등을 해남의 남감독이나 이정환의 입으로 해설하는 것이 하나의 만화적 재미였는데 이 작품은 그 해설을 빼버립니다. 해설장면은 사실 많은 명대사를 남길 정도로 무척 중요한 장면이지만, 모든것을 설명하기 보다는 경기의 템포를 살리는 것을 선택했고 그렇기에 더욱 멋진 완성도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4. 인생과 청춘을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
슬램덩크는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강백호의 마지막 슛을 멋진 슬램덩크가 아니라 평범한 점프 슛으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멋'을 아는 작가입니다. 일본만화 역사에서 비슷한 작품조차 찾아볼 수 없는 역대 최고의 스포츠 만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찬사를 받고 있는 <슬램덩크>가 좋은 극장판으로 찾아와, 그 시대 많은 관객들이 그 애틋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원작에서 강백호의 이름인 '사쿠라기 하나미치'에서 '하나미치'가 가부키 극장의 추가적으로 설치한 무대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의 이름처럼 봄에 핀 벚꽃처럼 짧고 아름다운 것은 주인공 강백호의 재능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화려하게 빛나다 불이꺼진, 무대 뒤로 사라진 우리의 청춘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일 것입니다. 젊었기에 아름답고, 짧기에 소중하고,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애틋해지는 것처럼 슬램덩크 극장판 역시 짧고 아쉽지만 그렇기에 이 순간이 다시한번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무대는 끝나고 우리는 다시 잠시 그들을 잊어버리겠지만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인생의 다른 순간에 마주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의 추억에 소구하는 작품이면서 좋은 추억팔이의 사례로 남을만한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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