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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빌론' 포스터

 

 

 

1. 영화 <바빌론> 간단 정보

 영화 <바빌론>은 또다른 영화 <위플래시>,<라라랜드>,<퍼스트맨>으로 3연타 홈런을 친 데이미언 셔젤이 1920년대 후반 할리우드를 품고 연출한 영화입니다. '브래드 피트' , '마고 로비' , '토비 맥과이어' 등 캐스팅도 화려하기 이를데가 없어 관객들의 흥미를 유발합니다. 무성영화에서 유성영화로 넘어가는 영화사적 과도기를 배경으로 그려낸 리드미컬한 서사는 큰 호응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2. 1900년대 후반 할리우드의 특징

 1895년 뤼미에르 형제가 제작한 최초의 영화인 <열차의 도착> 이후 30여년간 모든 영화는 무성 영화 였습니다. 말 그대로 소리가 없는 영화인데, 그림들이 조용히 움직이기만 한다는 뜻을 담아 'Voving Pictures' 라고 불렸고 시간이 지나면서 'Movie' 라는 말로 변했습니다. 

 그러던 1927년, 워너브라더스에서 최초의 유성 영화인 <재즈 싱어>를 내놓게 됩니다. 워너브라더스에서 영화에 소리를 입히기 위해 고안한 비타폰 시스템을 처음으로 적용한 이 영화는 개봉과 동시에 대박을 치며 유성 영화의 서막을 알렸습니다. 배우들의 목소리와 대화가 들리기 시작하면서 사람들은 유성 영화를 'Talking Pictures' 이른바 토키 영화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이때부터 영화 산업은 급속도로 체계화되기 시작합니다. 배우들은 완벽한 대사 암기와 정확한 발음을 요구 받았고 사운드 편집 기술도 발전하면서 관객의 시청각 모두를 사로잡는 엔터테인먼트로 발전했습니다.

 1930년대에 들어서며 최고의 자리에 올라선 할리우드는 유성 영화 시스템을 전 세계 영화 산업에 전파합니다. 하지만 반응은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대사에 신경이 쏠리면 몸짓으로 메시지를 구현하는 무성 영화의 미학적 가치가 훼손된다는 이유였습니다. 그럼에도 당시 29살의 알프레드 히치콕이 연출한 1929년작 <블랙 메일>이 영국을 비롯해 유럽 등지에서 대성공을 거두자 프랑스, 독일 등지에서도 유성 영화 방식을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유성 영화는 복합 예술의 단계로 끌어 올렸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습니다. 대사와 음향, 음악등을 자유자재로 활용하면서 내밀한 심리 서술이 가능해졌고 단순 이미지에서 내러티브 즉 서사에 중점을 두는 연출 방식을 만들어 냈습니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사실주의에 입각한 영화들이 제작되기 시작했고 이는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며 영화를 대중문화의 단계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영화를 구성하는 요소가 다양해진 만큼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사업 운영 방식도 변하게 됩니다. 음반사, 배급사, 은행 등과 협력관계를 맺고 거대한 제작 인프라를 구축한 뒤 스튜디오를 활용해 제작 효율성을 높였습니다. 이처럼 개선된 환경 덕분에 할리우드는 명실상부 최고의 영화산업으로 거듭나게 됩니다.

 30년대 미국 전역을 휩쓴 경제 대공황에도 불구하고 할리우드 영화는 사람들의 일상에 점점 녹아들었습니다. 당시 미국에는 입장료 5센트만 내면 영화를 즐길 수 있는 소형 영화간이 유행이었는데 5센트 동전을 만드는 재료인 니켈과, 악기의 종류 중 하나인 멜로디언을 합쳐 니켈로디언이라고 부르곤 했습니다. 산업혁명 시절 영국에서 각종 가십과 카툰을 연재했던 잡지 형태인 페니 드레드풀이 대중에게 보편화되면서 출판업의 성장을 촉진 시켰듯, 니켈로디언은 영화에 대한 대중의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영화 산업 성장에 큰 이바지를 했습니다.

 

 하지만 할리우드 황금기에도 어두운 이면이 존재했습니다. 독점을 통해 비대해진 영화사의 힘은 곧 영화인들에게 거대한 제약으로 다가왔습니다. 특히 영화사들은 영화관에 A급 영화를 배급할 때 자사의 B급 영화들도 묶음으로 구매하도록 강요하는 블록 부킹을 거듭하며 영향력을 행사했습니다. 자연스레 모든 영화를 구매할 여력이 없는 독립 영화관들은 경쟁에 밀려 무너지게 되고, 영화사들은 이 영화관들을 모조리 인수해 더욱 몸집을 키우게 됩니다.

 또한 배우들과 스태프들에게 전속 계약 의무도 지우게 되면서 인력 독점도 서슴치 않았습니다. 결국 30년대 할리우드는 제작사를 중심으로 모든 영화와 스타들이 제조되는 하나의 거대한 공장처럼 움직인 셈입니다. 그렇게 영화가 문화 주류로 떠오르면서 20세기를 대표하는 영화배우들도 이 시기를 기점으로 나타나게 됩니다. 그리고 그 배우들을 동경하며 새로운 스타가 되기 위해 영화계에 뛰어드는 젋은이들도 늘어났습니다.

 영화 <바빌론>은 바로 이 시기 그들의 도전기를 다루며 할리우드 산업의 명암을 조명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3. 호불호가 나뉘는 영화 <바빌론>

 영화 <바빌론>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하면 아마 대중적이지 못하다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화 <바빌론>은 영화의 역사, 그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라고 할 수 있는 동시녹음의 도입 전후를 다루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생각나는 영화가 바로 <사랑은 비를타고>입니다. 사실 영화의 내용 상당부분이 <사랑은 비를타고>와 비슷합니다. 영화 <바빌론>에는 <사랑을 비를타고>를 연상시키는 장면들이 많아서, 바빌론을 감상하기 전 사랑을 비를타고를 관람 하고 보면 더욱 영화내용을 이해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사랑은 비를타고> 내에 포함되어있는 1920년대의 할리우드 역사 유성영화가 등장함으로써 영화계는 어떻게 변화하였는가 이런부분에 대한 이해가 있다면 영화 <바빌론>을 감상하기에 큰 무리가 없을듯 합니다.

 물론 이 부분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바빌론>을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겠지만 영화 자체에 호불호가 심하게 갈릴 요소가 많고 어느 정도의 사전 지식이 있어야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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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왕의 남자' 포스터

 

 

 

1. 영화 <왕의 남자> 간단한 정보

 연산이 왕이었던 시절, 여자보다 더 여자 같던 광대 '공길'과 당시 최고의 광대 '장생'의 일생을 다룬 이야기를 다룬 대한민국의 역대 천만 영화 <왕의 남자> 입니다. 영화 <왕의 남자>는 아마 한국인이라면 대다수의 사람들이 잘 알고 있는 작품일 것입니다. 연산군의 이야기를 다룬 김태웅의 희극 <이(爾)>를 원작으로 하는 영화입니다. 천만이 넘는 관객이 본 만큼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는데, '무명배우였던 '이준기'를 일약 스타덤에 올린 작품' , '가장 한국적이었던 영화' , '몇 안되는 한국의 마스터피스'등이 있습니다. 

 감독 '이준익'을 한국인의 뇌리에 콱 박히게 했던 작품이며, <태극기 휘날리며> <실미도>와 더불어 대한민국에서 세번째로 천만관객을 기록한 영화입니다. <왕의 남자>를 볼때마다 공감되는 인물이 다르다는 것은 이 영화의 매력 중 하나라고 할 수 있습니다.

 

 

2. 장생과 공길의 동성애를 다룬 영화? (줄거리/스포포함)

 사실 영화 <왕의 남자>는 논란이 많은 영화입니다. 장생과 공길의 이야기, 즉 동성애가 주제인가 혹은 비운의 군주, 연산의 비극이 주제인가를 두고 많은 관객들의 뜨거운 논쟁이 있었습니다. 영화를 처음 볼 때는 연산이라는 인물의 비극이 와닿지만, 반복해서 볼수록 장생과 공길의 절절한 이야기에 매료될 수 밖에 없습니다.

 장생은 영화 내내 공길에 대한 자신의 감정과 마음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는 인물입니다. 영화 초반, 공길이 희롱을 당하려하자 천민임에도 불구하고 그를 위해 하늘같은 양반에게 도전을 합니다. 실제 당시 사람들의 사고방식으로는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이후 자신의 생계였던 남사당패를 떠나 공길과의 미래를 위해 한양이라는 새로운 공간으로 주저없이 떠나는 모습에서 장생의 능동적이고 솔직한 면모를 포착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공길은 굉장히 수동적인 인물입니다. 여자보다 더 여자같은 외모 때문에 권력자들에게 몸을 팔아야하는 현실에 대해 저항하지 않습니다. 공길의 수동성은 장생을 대할 때도 적용되는데, 장생을 형이나 동료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쉽게 표현하지 않는 내향성을 보입니다.

 이러한 두사람의 차이는 장생과 공길이 궁이라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가며 문제가 됩니다. 양반들이 그래왔던 것처럼 왕 '연산' 또한 공길을 몰래 부르게 되었고 장생은 왕을 질투하기 시작합니다. 천한 광대의 신분이었던 장생의 질투는 결국 왕이 아닌 공길에 대한 분노로 표출되고 둘은 전례없는 갈등을 겪습니다. 아마 궁이라는 공간에 들어가지 않았다면, 그리고 연산이라는 높은 벽을 만나지 않았다면 둘의 이러한 갈등은 쉽게 해결되었을 것입니다. 살인을 저지른 공길의 불안감을 풀어주기 위해 장생이 장님놀이를 했던것 처럼 쉽게 말입니다.

 뒤이어 궁에서 동료 육갑이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장생과 공길의 갈등은 최고조에 이르게 됩니다. 그토록 마음을 표현했지만 자신이 아닌, 왕의 아픔에 공감하고 궁에 남고자 하는 공길에 대한 배신감으로 장생은 궁을 떠나려 합니다. 갈등하는 두사람 앞에, 공길을 질투해 녹수가 판 함정에 빠지게 되는 위기가 찾아옵니다. 하지만 한치의 머뭇거림도 없이 장생은 모든 죄를 혼자 뒤집어 씁니다.

 이 일로 옥에 갇혔던 장생은 처선에 의해 옥에서 나올 수 있었지만 공길에 대한 미련 때문인지, 왕에 대한 분노 때문인지 왕 앞에서 줄타기를 하며 왕과 공길의 부적절한 관계에 대해 폭로하게 됩니다. 그 일로 장생은 결국 눈을 잃게 됩니다. 이 때 장생이 본인은 더이상 잃을것이 없다는 대사를 하는데, 여기서 이미 잃은것은 아마 공길에 대한 사랑일 것입니다. 남사당패를 탈출한 이유, 그토록 광대로서 성공하고 싶었던 이유 모두 공길이었지만 공길의 시선은 왕을 향하고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더이상 잃을 것이 없는 인물이고 왕 앞에서 용감할 수 있었습니다.

 용기의 대가로 장생은 눈을 잃었고, 공길은 감옥에서 장생의 이야기를 듣습니다. 그제서야 공길은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집니다. 영화의 결말부, 자신의 처지에 대해 한탄하는 장생에게 공길이 간접적으로 사랑을 고백합니다. "어느 잡놈이 그놈 마음 훔쳐가는걸 못보고" 라는 장생의 대사에서 잡놈은 연산이고 그놈은 공길일 것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장생을 향한 공길의 대사인 "야 이 잡놈아!" 라는 대사로, 공길의 마음을 훔쳐간 잡놈은 다름아닌 장생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공길은 장생이 타는 줄 위로 올라가 줄을 튕김으로서 자신의 마음을 전달합니다. 

 이후 두사람은 함께 한 줄을 타게 됩니다. 줄타기는 원래 한 줄에 한 사람이 타는 것인데 둘이 탄다는 것은 자살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다시 태어나도 광대가 되고 싶다던 그들의 대사와 광대에게는 생명인 부채를 던지는 장생의 행동을 통해 우리는 두사람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영화의 엔딩에서 주인공들의 대사인 "나 여기있고 너는 여기없지" 를 통해 저승과 이승을 나누는데 이를 통해 공길과 장생의 죽음을 확정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영화 <왕의 남자>는 감정에 솔직한 인물과 그렇지 못했던 두 인물 사이의 절절한 줄다리기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드러내는 여타 인물과 달리 공길의 감정과 행동동기가 이해되지 않는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는 공길이라는 인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묘사했던 원작과 비교하면 아쉬운 점으로 뽑을 수 있습니다.

 

 

3. 어리고 여렸던 군주 '연산'

 동성애에 관한 이야기 말고도 관객들이 주목해야 할 부분은 또 있습니다. 바로 조선의 10대 왕이었던 연산이라는 캐릭터 입니다. 원작인 극 <이(爾)>도 그렇고 이준익 감독의 영화 <왕의 남자>도 그렇고 결국 두 작품의 핵심이 되는 인물은 연산입니다. 보통 연산군하면 각종 폭정과 향락에 빠져 종내에는 중종반정으로 몰려난 폭군으로 기억을 할텐데, 영화 <왕의 남자>는 이러한 보편적 인식을 뛰어넘어 연산의 인간적인 측면에 주목한 영화입니다.

 연산은 조선의 법제를 완성한 성종의 아들입니다. 조선 건국 초기 성리학적 질서를 바탕으로 국가의 기강을 바로 잡아야했고, 이에 성종의 아들인 연산에게는 각종 제도와 규율에 맞는 모범적인 삶이 강요되었습니다. 즉, 궁에서 그의 일평생은 늘 아버지인 성종과 비교 대상이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그의 어머니 폐비 윤씨는 연산군 나이 7세에 사약을 받고 죽었습니다. 어린시절부터 강요받은 각종 제도와 규율, 친어머니 없이 커야했던 현실, 이는 연산이라는 한사람에게는 분명 큰 슬픔이었을 것입니다.

 극 중 연산이 조선의 왕들이 일반적으로 입는 빨간 곤룡포가 아닌 시퍼런 곤룡포를 입는 설정은 차가운 이미지로 하여금 그의 우울함과 슬픔을 대변한 연출일 것입니다.이어 영화 내내 마음속 상처로 인한 결핍을 채우려는 연산의 다양한 행동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어머니를 연상케 하는 연상의 여인 녹수와 문란한 성생활을 하는것과, 성리학적 가치를 바탕으로 왕으로서의 삶을 강요받는 자신과는 달리 무대 위에서 왕도 되고 여자도 되는 자유로운 광대들을 부러워하며 그들과 함께 무대를 즐기는 장면입니다. 

 이후 공길에게 마음을 주고 그를 소유하려 했지만 공길이 자살시도를 하며 자신에게 등을 돌리자 마치 어린아이가 망가진 장난감을 버리고 새로운 장난감을 찾듯 다시 녹수에게 걸어가는 모습은 그의 심리적 공허함을 극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일생을 억압적이고 불안하게 살아야했던 그에게는 항상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폭정, 향락, 사치 등 비정상적인 방식이 그것이었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받은적이 없기에 원초적인 쾌락만을 추구할 수 밖에 없었던 어리고 여렸던 왕, 연산의 비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주변에 진정으로 연산을 챙겨줬던 사람이 단 한명이라도 있었다면 그는 달랐을 것입니다. 빡빡한 신하들, 권위를 위해 자신을 이용하는 녹수, 자신의 어머니를 죽이고도 모른척 했던 궁실 가족들, 자신의 마음을 헤아려주지 않는 처선, 그리고 결국 자신을 버린 공길까지, 동성애와 더불어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주목해야할 부분이 바로 연산이라는 군주의 쓸쓸함 일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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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포스터

 

 

1. 그 시대의 전설이었던 '슬램덩크'의 추억

 오래된 작품들이 다시 빛을 볼 때마다 '추억팔이'라는 말이 나오고 있습니다. 마케팅에 추억이 들어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일입니다. 경제활동을 가장 활발하게 하는 지금의 30~40대들을 타겟으로 하는것도 지극히 당연한 일입니다. 그들이 어렸을때 즐겼던 것들, 그때는 어렸기 때문에 혹은 주머니가 궁했기 때문에 선뜻 돈을 꺼내지 못해 지나가게 둘 수밖에 없었던 것들. 오래 되었기때문에 기억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덧칠한 소중한 것이기 때문에 이제는 얼마든지 지갑을 열 수 있는 것들을 다시 가공해서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는 명백한 추억팔이 마케팅이면서 동시에 고마운 선물이기도 합니다. 그 시절의 추억을 다시 즐기고 간직하고 싶어도, 돈을 쓰고 싶어도 쓸곳이 없는곳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추억팔이의 끝판왕이라고 할 수 있는 작품이 나왔습니다. 바로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입니다. 

 일본의 메이저 주간지 중에서 슈에이샤가 고단샤, 쇼카쿠칸과 차원이 다른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드래곤볼>과 <슬램덩크>의 덕이었을 것입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이큐 점프'에서 <드래곤볼>, '소년 챔프'에서 <슬램덩크>가 사이좋게 나뉘어 연재되었지만 일본에서는 슈에이샤의 '점프'에서 두 작품이 동시에 연재되었습니다. 그야말로 일본 만화의 힘을 보여주는 압도적인 두 작품의 동시 연재는 다른 주간지로서는 극복할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을 것입니다. 주간 만화잡지로 무려 635만부의 판매량을 기록하고 기네스북에 등재되는 사건이 벌어진 것도 이 시기의 일입니다.

 그리고 <슬램덩크>의 극장판이 마침내 20년의 시간을 훌쩍 넘겨서 나왔습니다. 이 작품의 등장배경을 두고 여러가지 루머가 있었지만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많은 관객들의 호응을 얻었고 우리 세대는 마치 추억을 보상받은 것 같은 감동을 느꼈습니다.

 

 

2. 성장, 투혼, 사랑 그리고 상실

 '성장, 투혼, 사랑, 그리고 상실'. 청소년기에 사람들이 가지는 중요한 요소는 이런 것들일 것입니다. <슬램덩크>는 그 모든것이 담겨있습니다. 무엇보다도 뜨겁고 또 무엇보다도 쓸쓸한 작품입니다. 영화 <더 퍼스트 슬램덩크>는 '송태섭'의 상실로 시작합니다. 아버지와의 이별, 그리고 이어진 형 '송준섭'과의 이별로 송태섭은 형의 꿈이었던 그리고 형과 너무나 즐거웠던 농구를 이어갑니다. 태섭의 어머니는 끊임없이 떠난 준섭을 떠올리게 하는 태섭의 농구가 견딜 수 없었지만 그래도 태섭을 핍박하지 않습니다. 모자의 이런 미묘한 관계는 계속 이어집니다.

 태섭에게 형은 영웅이지만 한편으로 엄마가 늘 준섭에 대한 그리움과 쓸쓸함을 안고있기 때문에 태섭은 엄마에게 그 흔한 응석 한번 부리지 못합니다. 그렇기에 태섭은 지금의 반항적이면서 시큰둥한 '마이페이스'인 사람으로 성장하게 됩니다. 여전히 성장기 이지만 태섭의 서늘함에는 성장과정에서의 가정환경의 문제로 인한 쓸쓸함이 묻어있습니다. 

 

 

3. 훌륭한 연출을 보여준 <더 퍼스트 슬램덩크>

 눈에띄는 것은 역시 '비주얼', 연출의 변화입니다. 연출적으로 대단히 훌륭하다는 평가가 곳곳에서 들려옵니다. 3D 모델링을 선택해서 애니메이션 영화를 만드는 것은 지금의 트렌드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약점도 있습니다. 3D 모델링을 선택하는 것은 시대의 흐름이거니와 동시에 제작비와 시간을 아끼기 위한 지점도 있습니다. 3D 연출은 카메라의 배치가 자유롭다는 점에서, 그리고 동작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는 점에서 이점이 있습니다. 대신 3D 랜더링 작품의 경우 입의 움직임이나 표정 등이 자연스러워지기 어렵다는 약점이 있기도 합니다.

 영화는 원작 만화가 지니고 있었던 '만화적인 표현'을 최대한 배제합니다. 예를 들자면 경기 도중에 나오는 내면표현, 마음의 소리들을 대부분 쓰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가장 큰것은 '해설 장면'의 제외입니다. 북산 선수들의 상태, 산왕공고의 전력과 전술적 변화등을 해남의 남감독이나 이정환의 입으로 해설하는 것이 하나의 만화적 재미였는데 이 작품은 그 해설을 빼버립니다. 해설장면은 사실 많은 명대사를 남길 정도로 무척 중요한 장면이지만, 모든것을 설명하기 보다는 경기의 템포를 살리는 것을 선택했고 그렇기에 더욱 멋진 완성도의 작품이 되었습니다.

 

 

4. 인생과 청춘을 담은 아름다운 이야기

 슬램덩크는 아름다운 청춘의 이야기입니다. 이노우에 타케히코는 강백호의 마지막 슛을 멋진 슬램덩크가 아니라 평범한 점프 슛으로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멋'을 아는 작가입니다. 일본만화 역사에서 비슷한 작품조차 찾아볼 수 없는 역대 최고의 스포츠 만화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정도로 찬사를 받고 있는 <슬램덩크>가 좋은 극장판으로 찾아와, 그 시대 많은 관객들이 그 애틋함을 느꼈다고 말합니다.

 원작에서 강백호의 이름인 '사쿠라기 하나미치'에서 '하나미치'가 가부키 극장의 추가적으로 설치한 무대라는 건 널리 알려진 사실입니다. 그의 이름처럼 봄에 핀 벚꽃처럼 짧고 아름다운 것은 주인공 강백호의 재능을 의미하면서 동시에 화려하게 빛나다 불이꺼진, 무대 뒤로 사라진 우리의 청춘 그 자체를 의미하는 것일 것입니다. 젊었기에 아름답고, 짧기에 소중하고, 두번다시 돌아오지 않기에 애틋해지는 것처럼 슬램덩크 극장판 역시 짧고 아쉽지만 그렇기에 이 순간이 다시한번 소중하게 다가오는 것입니다. 무대는 끝나고 우리는 다시 잠시 그들을 잊어버리겠지만 언젠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인생의 다른 순간에 마주칠 수 있길 바랍니다.

 우리의 추억에 소구하는 작품이면서 좋은 추억팔이의 사례로 남을만한 극장판 <더 퍼스트 슬램덩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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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유령' 포스터

 

 

1. 영화 <유령> 줄거리

  영화 <유령>은 유령처럼 스산했던 시대, 일제강점기의 경성에서 시작됩니다. 차기 총독이 경성에 온다는 소식에 분주해진 이곳. 한때 군인에서 통신과 감독관으로 좌천이 된 '무라야마 쥰지'가 위에서 내려온 공문에 결제를 내리면 조선 제일의 두뇌력으로 모든 암호체계를 꿰뚫고 있는 통신과 계장 '천은호'가 암호화 공문을 해독하는 작업에 착수하고, 그 암호의 내용을 문서화 해 조선총독부 내에 전달하는 것이 기록담당원 '차경'의 일이었습니다. 일개 월급직원에 불과해 보이는 그녀는 사실 경성 최고의 재력가 집안의 딸로 남부러울 것 없는 생활에도 일하기를 고집하는 인물입니다.

 어느날 새로 부임온 총독을 위한 연회가 열렸던 날, 정무 총감의 비서 자격으로 자리에 함께 한 여인 '유리코'가 대낮에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인 '총독암살시도'의 첫 목격자가 됩니다. 모두가 혼돈에 휩싸인 틈바구니에서 현장을 빠져나가는 암살단원을, 총독을 호위하던 군인들이 사냥개처럼 뒤쫓아보지만 단서하나 얻지 못한채 그대로 놓치고 맙니다. 사건이 일어난 직후 곧바로 진행된 집중 수사의 대상은 총독부 내부였습니다. 연회와 관련된 정보는 철저한 기밀유지에 따라 암호화 되어 외부인이 알아낼 확률은 희박했기 때문입니다. 

 본부 내 기록을 담당했던 여자를 포함하여 벼랑 끝 외딴 호텔로 소환된 유력한 용의자 후보들은 총독부 통신과 감독인 '무라야마 쥰지' , 암호문의 해독을 담당하던 '천은호' , 암호문 기록을 담당하는 '차경' , 정무 총감의 비서였던 '유리코' , 통신과 직원 '백호' 였습니다. 

 그들을 한자리에 불러낸 이는 수사의 지휘를 맡은 경호대장이었습니다.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 '유령'들의 밀지에서 발견된 내용은 총독부 내 또다른 기밀정보였던 '조선총독 취임식에서 신임 총독을 제거하라' 였습니다. 취임식에 대해서 아는것은 오직 이들뿐이니 스스로를 증명하거나 다른 사람을 고발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을것이라고 경호대장은 말합니다. 밀실이나 다름없는 이 호텔 안에서 밀정의 정체가 밝혀지는것은 시간문제라는것이 경호대장의 전략이었던 것입니다.

 이들에게 주어진 시간은 단 하루뿐, 반드시 살아나가 동지들을 구하고 신임 총독을 제거해야만 하는 스파이 '유령'과 무사히 집에 돌아가고 싶어하는 이들 각자의 방식으로 시대에 맞섰던 뜨거운 사람들의 이야기 입니다.

 

 

2. 호불호가 크게 나뉘는 영화(스포포함)

 영화 <유령>은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로 나눌 수 있습니다. 전반부의 특징은 적은 대사를 통해 보여주는 것에 집중한 모습입니다. 이러한 연출은 과거 2000년대 중후반 당시 학생 단편 영화계에서 유행하던 트렌드였습니다. 최대한 대화를 적게 사용해서 보이는것 만으로 모든 상황이 이해가 가도록 하는 것입니다.

 영화의 후반부가 시작되는 지점은 바로 진짜 유령이 밝혀지는 순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전까지 전반부가 진행되는 동안 영화는 진짜 유령이 누구인지 알려주고 시작을 합니다. 하지만, 그 외에 숨겨진 누군가가 또 있었던 것이 문제입니다. 또 한명의 '유령'은 겉으로 봐서는 알 수 없는,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는, 죽여도 죽여도 끝없이 나타나는 바퀴벌레 같은 존재의 '유령' 혹은 '흑색단'과 같은 조직이 있었다 라는 영화의 의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러나 '일제강점기에 끝까지 저항하며 싸운 그들'이라는 타이틀을 가지고 감정적인 호소를 하기에 또 다른 사람이 '흑색단'이었다 라는것이 밝혀지는 장면은 상당히 맥락없게 느껴졌다는 관객평이 있습니다. 거기에 그녀가 흑색단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영화 전반부에 등장했던 대부분의 요소들이 쓸모없이 버려진 느낌이 강하게 들기도 합니다.

 관객들의 반응이 긍정적이지 못한 이유중 큰 이유는 바로 전개방식이 억지스럽다는 것이었습니다. 이전까지 또다른 '유령'을 흑색단이라고 의심할만한 상황이 전혀 등장하지 않았다는 것이 가장 큰 이유입니다. 영화 <유령>은 전반부에서 이미 유령의 존재를 알려주고 시작하기에 다른 존재에 대한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하다못해 흑색단이라는 단체 조차 비중있게 다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크게 생각하지 못했다는 의견입니다. 즉, 빌드업 없는 반전이라 개연성이 없다고 느껴집니다.

 분명 예고편에서는 추리물로 보이도록 홍보를 했지만, 사실상 영화가 시작되면 초반부터 누가 주요인물인지 알게 되고 전반부에 등장하는 여러 추리의 요소들이 후반부에서는 전혀 쓸모가 없어지면서 사실상 영화 두편을 보는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럼에도, 베테랑 배우들이 연기하는 캐릭터들의 매력도가 컸고 감정선이 세세하게 느껴져서 재미있었다는 관객들의 의견또한 눈에 보입니다. 

 

 

3. 영화 <유령>을 둘러싼 논쟁

 요즘은 설날이나 추석에 문화생활을 즐기는 수요가 늘어나면서 자연스레 명절을 앞두고 기대작들이 줄지어 개봉을 하는 추세입니다. 아무래도 이번 설 연휴에 맞춰 개봉한 작품 중 영화 <유령>은 최대 기대작 중 하나였습니다. <유령>은 1933년 경성에서 조선 총독부에 항일 조직이 심어놓은 스파이 유령과 다른 용의자들이 외딴 호텔에서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진짜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을 그린 작품입니다. 일제강점기와 스파이 소재때문에 영화 <암살>이나 <밀정>의 느낌도 나고 이해영 감독의 이전 작품인 <독전>느낌도 나는 영화라 대중들의 기대가 높았습니다. 이러한 <유령>이 최근 중국의 동북공정 논란으로 화제가 되었습니다. 

 동북공정은 중국 국경 안에서 전개된 모든 역사를 중국의 역사로 만들기 위해 2002년부터 중국이 동북쪽 변경 지역의 역사와 현상에 관한 프로젝트입니다. 그들이 하는 역사 왜곡은 고구려, 발해 등 한반도와 관련된 역사를 중국의 것으로 만들고자 하고 최근에는 우리의 것인 한복과 김치 등의 문화까지 침범하고 있습니다. 또한 최근에는 SNS 뿐만 아니라 교묘하게 중국의 색을 입힌 드라마나 영화를 만들면서 알게 모르게 우리의 역사를 침범하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영화 <유령>도 중국색이 묻어있는 작품이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영화 <유령>은 중국 소설의 작가이자 드라마 작가인 마이지아의 소설 '풍성'을 원작으로 하고있는 작품입니다. 소설 풍성은 우리나라에 정식 출간되지 않았으나 2009년 중국에서 바람의 소리라는 영화로 제작되었고, 국내에서는 2013년에 개봉했었습니다. 바람의 소리는 1942년 일제 치하의 중국에서 일본의 하수인인 중국의 지도자들을 연이어 암살한 항일 운동의 수장인 '권총'이라는 인물을 잡기 위한 고도의 심리전을 다룬 이야기 입니다.

 이런 중국의 이야기가 과거 우리나라의 상황과 충분히 비슷한 부분이 있습니다. 과거 우리나라도 일제강점기를 겪었고 항일운동을 펼쳐나간 역사가 있기에, 유령이라는 작품을 우리나라에 대입해도 충분히 공감할 만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작품 자체가 원래 중국에서 만들어진 작품이기에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중국의 색이 짙은게 아니냐' , '전파공정의 일환이 아니냐' , '항일운동 이야기를 꼭 중국산 원작을 사서 써야만 했나'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상황입니다.

 유령의 연출을 맡은 이해영감독은 원작소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은 맞지만 추리물의 전형인 원작과는 달리 관객들을 다른 방식으로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작업했고 원작을 새롭게 해석하여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며, 감독으로서 열심히 각색과 촬영을 했다고 하니 영화를 직접 보고 판단해도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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